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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체인지업 파괴적이었다" 10명중 스피드 가장 느렸지만, 오타니 누른 뒤 15개월만에 승리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3-08-14 10:46 | 최종수정 2023-08-14 10:59


"RYU, 체인지업 파괴적이었다" 10명중 스피드 가장 느렸지만, 오타니…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각)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 등판해 1회초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5이닝을 2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고 복귀 후 3번째 경기 만에 승리를 따냈다. AP연합뉴스

"RYU, 체인지업 파괴적이었다" 10명중 스피드 가장 느렸지만, 오타니…
류현닌이 이닝을 마치고 왼손 검지를 든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뽑는 속도같은 거 중요하지 않아. 얼마나 침착한가. 얼마나 빨리 판단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는가. 그게 다야."

영화 대사가 투수에게 딱 들어맞는 말 같다. 구속이 절대적인 건 아니다. 침착한 경기 운영과 완급 조절, 그리고 정밀한 커맨드. 투수에게는 그게 더 중요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마침내 복귀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2안타 2볼넷을 내주고 2실점(무자책점)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력을 앞세워 11대4로 승리했다.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된 것은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5이닝 6안타 2실점) 이후 1년 2개월 18일, 즉 444일 만이다. 당시 선발 맞대결을 했던 에인절스 투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6이닝 6안타 1볼넷 10탈삼진 5실점으로 고전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RYU, 체인지업 파괴적이었다" 10명중 스피드 가장 느렸지만, 오타니…
류현진이 444일 만에 빅리그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AFP연합뉴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을 마치고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6월 19일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재활에는 14개월 정도가 걸렸다. 4차례의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마치고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등판한 류현진은 5이닝 9안타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복귀전을 소화했다.

이어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 4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펼치다 타구에 무릎을 맞고 교체되는 불운을 맞았지만, X레이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을 발견되지 않아 이날 정상적인 5일 휴식 후 등판을 했다.

류현진은 1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했다. 물론 1루수 브랜든 벨트의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이닝이 길어졌지만, 스스로도 제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1사후 니코 호너를 볼넷으로 내보낼 때 볼카운트 1B2S에서 내리 3개의 공이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걸친 듯했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어 이안 햅의 바운드된 땅볼을 벨트가 뒤로 빠트리면서 1,2루로 위기가 이어졌고, 2사후 댄스비 스완슨에게 좌측 라인을 흘러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얻어맞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2실점 모두 실책이 빌미가 됐기 때문에 비자책점으로 기록됐다.

류현진은 이후 5회까지 나머지 4이닝을 공 54개로 마무리했다. 2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류현진은 팀 타선이 2회말 돌튼 바쇼의 역전 3점홈런으로 5-2로 전세를 뒤집은 가운데 3회초를 1안타 무실점으로 넘겼고, 4회에는 선두 코디 벨린저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후속 3타자를 가볍게 요리한 뒤 5회도 3타자로 마무리했다.

류현진의 투구수 85개 중 직구가 40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체인지업 24개, 커터 12개, 커브 10개를 각각 구사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91.1마일, 평균 88.4마일에 머물렀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양팀 투수 10명 가운데 가장 느렸다. 그러나 정확한 체인지업과 허를 찌르는 코너워크에 컵스 타자들은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RYU, 체인지업 파괴적이었다" 10명중 스피드 가장 느렸지만, 오타니…
토론토 돌튼 바쇼(오른쪽)가 2회말 투런홈런을 터뜨린 뒤 대니 잰슨과 세리머니를 하며 들어오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경기 후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굉장히 인상적인 투구였다. 단 한 번도 박자를 놓치지 않았다. 강습 타구를 최소화했다. 작년 수술 이전의 모습들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보여줬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정말 믿기 힘들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류현진은 매우 쉽게 만들어버린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적장인 데이비드 로스 컵스 감독은 "구속이 그가 원하는 수준까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류현진은 대단한 투구를 했다. 체인지업이 매우 파괴적이었다. 점수차가 그렇게 벌어지면 그를 상대로 많은 점수를 빼앗기는 어렵다"면서 "1회에 나온 상대 실수가 한 번 더 나와야 했다. 일단 리드를 잡게 되자 거침없이 이닝을 끌고 나갔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토론토는 17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류현진의 호투로 승리로 이끌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토론토는 15일 휴식을 취한 뒤 16~1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 2연전을 갖고 18일 또 쉬고 나서 19~21일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5인 로테이션으로 다시 돌아감에 따라 류현진은 21일 신시내티를 상대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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