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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존 수술→가정폭력→1년반 공백→이물질 사용' 논란 이겨낸 악마의 재능…ML 역사상 24번째 대기록의 주인공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6-30 11:33 | 최종수정 2023-06-30 12:31


'토미존 수술→가정폭력→1년반 공백→이물질 사용' 논란 이겨낸 악마의 재…
양키스 헤르만. AP연합뉴스

'토미존 수술→가정폭력→1년반 공백→이물질 사용' 논란 이겨낸 악마의 재능…ML 역사상 24번뿐인 대기록의 주인공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24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뉴욕 양키스의 도밍고 헤르만(31)은 지난 29일(한국시각)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선발등판,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헤르만은 9이닝 동안 안타와 사사구를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27명의 오클랜드 타자 중 단 한명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시즌 5승(5패)이다.

MLB 사무국이 인정하는 최초의 퍼펙트게임은 1880년 리 리치먼드의 워체스터 루비렉스가 신시내티 블루스를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둔 것이다. 헤르만은 리치먼드 포함 총 24번째 퍼펙트게임으로 기록된다.

퍼펙트게임의 역사에는 사이 영, 돈 라슨, 샌디 쿠팩스, 캣피시 헌터, 랜디 존슨, 로이 할러데이, 펠릭스 에르난데스 등 기라성 같은 이름들이 가득하다. 헤르만 이전 가장 마지막 퍼펙트게임은 바로 '킹' 펠릭스가 2012년 탬파베이 레이스 상대로 1대0 승리한 경기였다.

다만 이날 헤르만은 투구수 99개, 삼진 9개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100구 미만 퍼펙트게임은 2012년 4월 22일 필립 험버 이후 처음이다. 험버는 2015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단 3승(3패)에 그쳤던 투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이 16승에 불과한데, 그중 1승이 바로 퍼펙트게임이다.


'토미존 수술→가정폭력→1년반 공백→이물질 사용' 논란 이겨낸 악마의 재…
양키스 헤르만. AP연합뉴스
헤르만의 인생은 말그대로 파란만장하다. 헤르만은 17세 때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에 입단했고, 실력을 갈고닦은 뒤 2014년 싱글A에서 평균자책점 2.47의 호성적을 거두고, 이를 통해 올스타 퓨처스게임에 뽑히며 두각을 드러낸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이적 직후 토미존(팔꿈치 내측인대 접합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이 시작됐다. 2015년 한šœ 방출(논텐더)됐다가 다시 양키스로 복귀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구위 하나는 인정받는 투수였다.

2017년 빅리그에 첫 콜업됐고, 2019년에는 27경기(선발 24) 143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18승4패를 기록, 말그대로 포텐이 터졌다. 평균자책점은 4.03에 그쳤지만, 승운이 따르는 투수라는 비판도 있었다.


'토미존 수술→가정폭력→1년반 공백→이물질 사용' 논란 이겨낸 악마의 재…
양키스 헤르만. AP연합뉴스
문제의 가정 폭력 논란이 터진게 하필이면 이 해다. 여자친구와의 다툼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9월 19일부터 잔여시즌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했다. 최종 징계는 63경기 출장정지.

2020시즌 6월 복귀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리그가 혼란에 빠지면서 한 해를 통째로 날렸다. 야구인생에 회의를 느낀 듯 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2021년초에는 문제의 폭력 논란으로 인해 양키스 동료들이 복귀를 반대했다. 많은 노력 끝에 가까스로 복귀했다. 그런데 이해는 또 치아에 문제가 생기며 7월 이후 경기에 뛰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4승5패 98⅓이닝 평균자책점 4.58. 지난해에도 아주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2023년에는 새롭게 영입된 FA 투수 카를로스 로돈에게 등번호를 내주는 굴욕도 당했다. 연봉 조정을 거쳤음에도 260만 달러의 초라한 연봉에 그쳤다.


'토미존 수술→가정폭력→1년반 공백→이물질 사용' 논란 이겨낸 악마의 재…
양키스 헤르만. AP연합뉴스
올해도 순탄치 않았다. 4월 16일 미네소타 트윈스전 도중 이물질 의혹이 제기됐고, 5월 1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선 급기야 확실한 이물질 사용이 적발돼 퇴장당했다. 이로 인해 자동으로 10경기 출장징계도 받았다. 헤르만은 자신의 땀과 송진, '씹는 담배'라고 해명했지만, 방송 카메라에는 그의 유니폼 허리에 남은 액체가 포착됐다.

퍼펙트게임 직전 6월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2이닝 7실점), 2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3⅓이닝 10실점 8자책)에 잇따라 크게 무너졌던 헤르만이다. 우여곡절도 많고, 인생 대역전도 여러번 이뤄낸 헤르만이지만, 이번 퍼펙트게임은 스스로에게도 어안이 벙벙할 만한 일은 틀림없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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