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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애틀 매리너스 스즈키 이치로는 2001년 타율 0.350, 242안타, 56도루로 아메리칸리그(AL) 타격, 최다안타, 도루 1위에 오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야구를 '굉장히' 잘 한다면 정교함과 기동력을 자랑하는 아시아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 안타를 많이 치고 타격왕에 오를 수 있는 일이었다. 물론 아시아인이 메이저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마냥 불가능한 일로 여기지는 않았다.
이런 선입견이 깨진 것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였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2021년 자신의 빅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46홈런을 터뜨리며 마쓰이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공동 홈런왕에 오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와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에 불과 2개 차이였다.
어쩌면 아시아 출신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지난해 양키스 애런 저지가 62홈런을 터뜨리면서 오타니는 더 이상 홈런왕 경쟁을 벌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키 2m1, 몸무게 127㎏의 거구 혼혈 선수가 완벽한 타격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면 홈런왕 타이틀을 몇 년은 더 거머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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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19일(이하 한국시각)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24호 홈런을 터뜨렸다. 1-2로 뒤진 5회초 무사 2루서 캔자스시티 선발 잭 그레인키의 69.7마일 몸쪽 커브를 끌어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5대1 승리의 결승포였다.
홈런 전체 2위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를 2개차로 따돌렸고, AL 2위 저지(22개)와의 격차는 5개로 벌어졌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알론소와 저지가 적어도 이달 내로 복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올시즌 홈런왕은 오타니가 차지할 확률이 크다.
20홈런으로 전체 공동 3위인 맷 올슨(애틀랜타),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 호르헤 솔레어(마이애미)의 기세도 만만치 않지만, 오타니의 파워와 감을 따라갈 수는 없다.
전날 캔자스시티전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을 때린 오타니는 최근 10경기에서 8홈런, 19경기에서 12홈런을 쏘아올렸다. '괴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몰아치기다. 에인절스가 74경기를 치렀으니, 오타니는 산술적으로 52.5개, 즉 52~53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
아시아인 최초의 50홈런은 물론 양 리그 통합 홈런 타이틀이 더 이상 꿈이 아닌 것이 됐다. 오타니는 키 1m93, 몸무게 95㎏의 체격을 지니고 있다. 근육질의 호리호리한 몸매에 기동력도 뛰어나다.
오타니가 날린 24홈런의 평균 비거리와 타구 속도는 420피트, 109.1마일이다. 홈런 10개 이상을 때린 타자 79명 가운데 비거리는 4위, 타구 속도는 3위다. 홈런의 양 뿐만 아니라 질도 최정상급이라는 얘기다.
홈런 방향은 우 11개, 가운데 10개, 좌 3개다. 좌타자이니 우측 방향 홈런이 당연히 많은 것이고, 가운데와 좌측이 13개로 과반이라는 점이 그의 타격 실력을 말해준다. 지난 15일 텍사스 레인저스전 9회초에 날린 좌중간 투런포는 타구 속도가 116.1마일로 역대 좌타자가 밀어친 홈런 중 최고 속도였다.
구종을 가리지 않는다. 오타니가 홈런을 친 구종은 포심 직구가 5개, 커브와 체인지업, 커터가 각 4개, 슬라이더 3개, 싱커와 스위퍼 각 2개다. 투수 유형도 중요하지 않다. 우투수 상대로 202타수에서 18홈런, 좌투수 상대로 71타수에서 6홈런을 터뜨렸다.
통산 151홈런을 친 오타니는 아시아 출신 빅리그 통산 홈런 부문 3위다. 2위인 마쓰이(175개)의 기록은 올해 후반기, 1위인 추신수(218개)는 내년에 넘어설 수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