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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일 잠실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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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었다. 원정숙소에서 선발 등판을 준비하던 이날 점심 무렵.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어릴 적부터 장민재를 같히 아끼던 외할머니의 부고였다. 두산과의 선발 등판을 6시간 앞둔 시점.
가슴 찢어지는 슬픔 속에서 장민재는 마음을 다잡았다. 마음 속으로 할머니께 '조금만 늦게 갈게요'라고 용서를 구했다.
구단 관계자에게도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 그 바람에 언론사에도 이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경기 당시 코칭스태프와 동료, 구단 관계자 그 누구도 몰랐던 장민재의 외조모상. 깊은 슬픔을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장민재는 잠실 마운드에 섰다.
최근 5연패 속에 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던 소속팀. 선발진 맏형으로서 외면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임시선발을 투입할 경우 알칸타라에 맞서 승산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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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패에 빠진 팀은 더 어둑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날 던진 92구에 혼신의 힘을 실었다.
이기지 못한 경기.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장민재는 구단에 비로소 부고를 알리고 부랴부랴 기차 편으로 할머니가 계신 고향 전남 광주로 향했다. 선발 맏형의 책임감에 한화 선수단 모두의 마음이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장민재 선수가 굉장히 잘 던졌다. 상대 선발 알칸타라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팽팽한 승부를 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장민재에게 단 1점도 지원해주지 못했던 한화 타선과 후배 투수 김민우가 다음날인 3일 두산전에 힘을 냈다.
김민우가 6이닝 1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 하는 사이 0-1로 끝려가던 7회 대거 8득점으로 8대3 대승을 거두며 6연패를 끊었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후배들의 투혼을 깨운 선발 맏형의 힘이었다.
장민재는 올시즌 5경기에서 1승2패 2.81의 평균자책점으로 막내 문동주(4경기 1승2패 2.38)와 함께 한화 선발 마운드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팀을 위한 베테랑 투수의 속 깊은 마음이 일깨운 '팀 퍼스트' 정신. 한화의 속절 없는 추락을 멈춰 세울 반등의 날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