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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눈과 판단은 정확했다. 프로에 지명되기 전부터 눈여겨 보고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추천했던 투수. LG에 온 뒤 애리조나 1군 캠프에 신인 중 유일하게 포함시켰고, 시범경기에도 꾸준히 기용하면서 개막전 1군 엔트리 진입까지 미리 밝혔다. 개막전부터 등판시키며 그의 가능성을 시험했고, 초반 부진에도 꾸준히 등판시키며 프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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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인 답지 않은 과감한 피칭이 눈길을 끈다. 3일 경기서도 1점차 리드에서 등판했지만 가볍게 중심타선을 제압했다. 이날 솔로홈런을 쳤던 3번 박민우를 2구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4번 박건우는 148㎞의 빠른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5번 천재환도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시키며 자신의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염 감독이 왜 그를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승리할 줄도, 세이브할 줄도 몰랐는데 감독님께서 적극적으로 써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박명근은 1점차 상황에서 마무리 등판이 부담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솔직히 점수차를 안보고 들어가는 편이어서 긴장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좀 더 컸던 것 같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또 "9회말이라고 크게 다른 건 없었다. 언제나 포수 형들 믿고, 야수형들의 수비를 믿고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던졌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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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 등판에 대해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상황에서 등판을 해서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놀라운 발언을 했던 박명근은 "마운드에서 만큼은 왕이라는 생각을 하고 던져야 한다. 긴장보다는 즐기려는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승리와 홀드, 세이브를 모두 기록했는데 언제가 가장 기뻤냐고 물으니 의외로 홀드라는 답이 나왔다. "3가지 다 했지만 홀드를 가장 먼저 기록했다. 첫 홀드를 했을 때가 가장 기뻤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20세도 안된 어린 선수지만 의연했다. LG는 고우석의 부상 이탈로 한동안 불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명근은 "(고)우석이 형이 시즌 초반에도 없었다. 그땐 우석이 형의 부재가 얼마나 큰 지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있다가 없으니 그 부재가 얼마나 큰지를 느끼고 있다"라면서도 "우리 투수가 약한 것도 아니니까 남은 불펜 형들끼리 힘 모아서 던지면 충분히 우석이 형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국할 때 "키는 좀 작지만(1m74) 그래도 자신 있게 할 줄 아는 선수를 알아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라고 팬들에게 각오를 밝힌 바있다. LG팬들은 물론 야구팬들 모두 이제 박명근을 알게 됐다.
창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