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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기체 고장+800㎞ 밤샘 이동…그럼에도 '팀 코리아'는 더 단단해졌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3-01 09:58 | 최종수정 2023-03-01 10:59


추위+기체 고장+800㎞ 밤샘 이동…그럼에도 '팀 코리아'는 더 단단해졌…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손 WBC 대표팀 캠프. 선수들이 힘차게 뛰고 있다.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2.17/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변수와 악몽의 연속이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격을 앞둔 이강철호. 좀처럼 술술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소집된 대표팀은 27일 현지를 출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미국에서의 2주는 험난하기만 했다. 사막 한 가운데 자리 잡은 투산은 겨울철 따뜻한 고장이란 수식어가 무색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떨어진 기온, 칼바람은 훈련 뿐만 아니라 연습경기에도 지장을 줬다. 이로 인해 훈련, 연습경기 일정이 취소돼 선수들은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돌아오는 것도 문제였다. 중간경유지인 LA로 향하기 위해 투산국제공항에서 탑승한 항공기가 기체 고장으로 이륙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소문 끝에 스코츠데일에서 훈련 중인 LG 트윈스 구단 버스를 구할 수 있었지만, 운행 규정 탓에 장시간 운행이 어려워 LA에서 출발한 버스로 중간에 갈아타는 고된 일정이 불가피했다. 투산국제공항에서 500마일(약 800㎞)이 넘는 거리를 밤새 달려 겨우 LA국제공항에 도착,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야구의 염원이 걸린 WBC, 태극마크의 무게를 짊어진 이 감독과 코치진, 선수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2주였다.

하지만 이 감독이 원했던 '팀 코리아'의 결속력은 점점 커지는 눈치다.

대표팀은 막판 이틀을 '자율 훈련'으로 진행했다. 비바람으로 정상적인 그라운드 훈련이 어려워지면서 내려진 불가피한 조치.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컨디션 탓에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을 배려한 코치진의 결단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훈련장행 버스에 올랐다. 14명의 투수가 순번을 정해 집단 불펜 투구를 하는가 하면, 스프링캠프 중반 보기 드문 60개의 공을 던지는 투수도 있었다. 타자들 역시 배팅케이지에서 몸 만들기와 소통 속에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귀국길엔 베테랑들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했다. 항공기 문제로 길어진 대기 시간, 갑작스런 버스 이동으로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주장 김현수를 비롯해 김광현 오지환 등은 '이륙 후 고장 발견보다 잘된 일 아니냐'며 LA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현장 파견된 KBO 관계자도 일찌감치 문을 닫는 미국 현지 식당을 수소문해 선수단 식사를 마련하고, LA국제공항에서 대체항공편도 빠르게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의 훈련, SSG 랜더스 퓨처스(2군)팀과의 연습경기가 사실상 WBC전 마지막 점검 기회다. 여전히 모자란 투수들의 이닝, 투구 수, 장거리 이동 속에 지친 타자들의 컨디션, 벤치 운영 플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4일 결전지 일본으로 출국해 오릭스 버팔로스, 한신 타이거스와 두 차례 연습경기, 도쿄돔에서의 공식 훈련 등 여전히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때는 사실상 실전모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남은 이틀 간 이강철호의 집중력이 대회 성패를 가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2주는 '완벽'이란 수식어를 붙이긴 어려웠다. 하지만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진 이강철호의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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