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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면 허 일(31)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30세도 되지 않은 창창한 나이,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는 차치하고 꿈꾸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허 일이 선택한 것은 미국행이었다. 이 곳에서 허 일은 미국 현지에서 학생 선수를 가르치는 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엔 LA에서 강정호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올 초 LA로 건너가 허 일을 만난 손아섭(35·NC 다이노스)은 "굉장히 놀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허)일이는 롯데 시절부터 아끼고 좋아했던 후배였다. 은퇴한 뒤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은 사이"라며 "타격에 변화를 주기 위해 LA에서 비시즌 훈련을 했을 때 만났는데, 코칭 이론이 상당히 체계적이었고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또 "처음 미국에 건너갔을 때는 '예스, 노' 단 두 마디만 할 줄 알았다더라. 현지인들이 말할 때는 눈치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영어를 배웠다더라"며 "지금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코칭에 막힘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잘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손아섭은 "(허)일이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자주 연락이 왔다. 내 경기를 지켜보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때론 응원도 해줬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먼 이국 땅에서 외로움을 견디는 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손아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0년 연속 120안타를 돌파한 '안타 장인'이다. 특유의 근성과 철저함으로 무장해 경기 뿐만 아니라 훈련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 이런 손아섭에게 인정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허 일이 앞으로 그려 나아갈 코치 인생이 기대된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