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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리그에서 3년 이상 안정적으로 장수한 외국인 투수를 꼽으라면 2010년 이후만 살펴 보더라도 더스틴 니퍼트, 밴 헤켄, 메릴 켈리, 브룩스 레일리, 조시 린드블럼, 브랜든 나이트, 드류 루친스키, 헨리 소사, 타일러 윌슨 등 수두룩하다.
역수출품 1호로 평가받는 켈리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201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당시 SK는 "메이저리그를 꿈꾸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투구폼이 안정적이고 팔 스윙이 좋다"고 했었다.
켈리는 2018년까지 4시즌 동안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의 수준급 기록을 남겼다. SK에서 성장해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20년 애리조나와 2년 550만달러에 계약해 꿈을 이뤘다. 첫 시즌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를 마크하자 애리조나 구단은 2021년(425만달러)과 2022년(525만달러) 팀 옵션을 실행했다.
MLB.com은 '켈리의 꾸준함과 내구성은 디백스가 계약을 연장한 결정적 이유다. 2022년에도 그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33경기에 선발등판해 200⅓이닝을 던져 이 부문 전체 공동 1위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KBO 출신을 통틀어 빅리그에서 이렇게 롱런하는 투수는 류현진과 켈리 밖에 없다.
마이크 헤이즌 애리조나 단장은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심신 상태를 스스로 잘 유지한다. 클럽하우스에서 모범적인 리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켈리와 같은 해 KBO에 입단한 레일리는 초라하나마 메이저리그 경력자였다. 2012~2013년, 시카고 컵스에서 2시즌 동안 14경기를 던졌다. 그러나 2014년 시즌 내내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KBO의 오퍼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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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신시내티 레즈가 눈여겨보고 2020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그해 후반기 메이저리그로 승격한 레일리는 곧바로 휴스턴 애스트로스 트레이드된 뒤 불펜투수로 자리잡더니 2021년 200만달러의 옵션을 실행받았다. 켈리와 마찬가지로 빅리그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해 58경기에서 2승3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78을 올린 레일리는 FA가 돼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1000만달러에 계약했다. 작년 레일리는 60경기에 등판해 53⅔이닝을 던져 1승2패, 25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2.68을 올리며 정상급 셋업맨으로 올라섰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레일리의 배럴 비율은 상위 1%, 하트히트 비율은 상위 2% 안에 들었다.
둘은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미국 대표팀에 나란히 발탁됐다. 켈리는 애덤 웨인라이트와 함께 원투 펀치, 레일리는 좌완 불펜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너리그와 KBO를 거쳐 빅리그에 입성하더니 성조기 마크를 달고 세계 최고의 야구 국가대항전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역수출품 신화라고 칭할 만하다.
켈리는 MLB.com 인터뷰에서 "지난 WBC 하이라이트를 찾아봤는데 굉장히 역동적이더라. 이번에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대회를 치를텐데 그들로부터 뭔가를 배우려고 한다. 궁금한 거 물어볼 선수 하나를 점찍어 뒀다. 그에게 말을 걸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레일리 역시 "빅리그에서는 그 같은 경기를 하지 않는다. 매 경기가 이기거나 지면 집에 가는 것이다. 모든 팀이 올인할 것이다. 멋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WBC 대진표상, 켈리와 레일리가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려면, 한국과 미국 모두 4강에 진출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