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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매니 마차도가 올시즌 후 '무조건'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하자 스프링트레이닝 첫 날인 22일(한국시각) 애리조나 캠프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한다. 구단과 선수 간 '밀당'이 본격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반응이다. 샌디에이고는 마차도가 연장계약 데드라인으로 정한 지난 17일 즈음 5년 1억500만달러 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현행 계약이 2028년 말 종료되면 2029년부터 마차도의 나이 41세가 되는 2033년까지 해당하는 계약이다. 사실상 '종신 계약'을 하자고 구단이 부탁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마차도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러자 샌디에이고 구단주인 피터 세이들러는 곧바로 마차도와의 추가적인 협상에 관해 "난 FA든 우리 선수든 가상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말하고자 한다면 매니는 나의 최우선 순위"라고 했다. 시즌 중이든, 시즌 후 FA 시장에서든 마차도를 무조건 잡겠다는 선언이다.
마차도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고, 그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면서 "에이전트와 구단에 말했다. 난 운동장에 나가 야구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운동장에서 최고가 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고 나아가 정상까지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샌디에이고가 마차도에 저자세로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마차도가 떠나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FA든 트레이드든 대체 선수를 구하면 되고, 그게 아니라면 전천후 내야수 김하성을 3루수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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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와 마차도의 현재 상황은 1년 전 뉴욕 양키스와 FA를 앞둔 애런 저지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양키스와 저지는 당시 스프링트레이닝 기간 동안 연장계약 협상을 벌였지만, 저지가 데드라인으로 잡은 정규시즌 개막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키스가 내민 조건은 7년 2억1350만달러였다. 2022년 연봉은 연봉조정절차에 따라 별도 협상하고 2023~2029년까지 해당하는 7년 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시즌 전이라 뭐든 확신할 수 없었던 저지 입장에서는 연평균 3000만달러 이상을 받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저지는 거절했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면 FA 시장에서 훨씬 좋은 대우를 받을 것으로 자진했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며 MVP에 등극했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런데 양키스는 7년짜리 오퍼가 거부당한 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저지와의 약속 때문이었겠지만, 시즌 중 계약과 관련해 저지 에이전트와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았다. 양측이 접촉한 것은 작년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FA 시장에서다. 양키스는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첫 만남에 직접 나가 대략적인 조건을 말해 준 뒤 "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오라"고 했다.
저지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와 접촉한 뒤 결국 뉴욕으로 돌아와 9년 3억60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구단 CEO와 단장, 감독이 모두 나와 융숭하게 대접한데다 조건도 양키스와 같았다. 샌디에이고는 한술 더떠 10년 4억달러를 오퍼했다. 그러나 저지는 양키스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양키스는 매달리지 않았다. '우리가 바로 양키스'라는 태도였다.
지금 샌디에이고가 마차도에게 저자세로 일관하는 게 하나의 협상 방법일 수 있다. 지금은 시즌 시작전이다. 9개월 뒤 FA 시장에서도 같은 태도라면 그건 마차도가 엄청난 시즌을 보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도 마차도가 샌디에이고에 매달릴 일은 없다. 옵트아웃을 안하면 그만이니까.
샌디에이고는 이번 오프시즌 트레이 터너에게도 11년 3억4200만달러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했다. 터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그보다 낮은 11년 3억달러에 계약했다. 샌디에이고가 거물급을 상대하는 요령이 부족한 걸까, 선수들에게 매력이 없는 걸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