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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이한테 많이 당해봐서…" 신인왕의 반란예고, 두렵지 않은 신인왕 선배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2-26 11:46 | 최종수정 2022-12-26 11:46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NC 신민혁, 양의지. 창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16/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등판한 두산 정철원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0.0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정철원(23)과 NC 신민혁(23)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투수들.

같은 경기권에서 활약하던 두 투수. 안산공고를 졸업한 정철원은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야탑고를 졸업한 신민혁은 2차 5라운드 49순위로 NC에 지명됐다.

두 선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1군 첫 선발등판과 1군 데뷔전에서 대선배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화제가 됐다는 점이다.

데뷔는 신민혁이 빨랐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퓨처스리그 경험을 거쳐 2020년 1군 무대에 처음 섰다.

그해 8월13일 사직 롯데전 직전 KIA로 트레이드된 절친 선배 장현식의 대타로 데뷔 첫 선발 등판한 신민혁은 신예 답지 않은 씩씩한 피칭으로 9대2 승리를 이끌었다. 7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 인상적 피칭이었다.

신민혁은 이날 국내 최고 포수인 대선배 양의지의 사인에 고개를 젓는 장면이 여러차례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경기 후 "선배님께서 '나만 믿지 말고 너도 타자와 승부해야 한다'고 하셔서 내 공을 던지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신민혁은 양의지 사인에 수시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 만의 피칭을 이어갔다.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9회초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정철원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7.7/
정철원 역시 1군 데뷔전에서 선배 포수 박세혁의 리드에 고개를 저어 화제를 모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5월1일 1군 무대에 첫 콜업된 정철원은 5월6일 잠실 KT전 0-3으로 뒤진 6회초 무사에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신인왕 탄생의 첫 걸음이었다.

7회 정철원은 선두타자 조용호와 승부할 때 포수 박세혁의 사인에 두차례 고개를 저은 뒤 패스트볼 승부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당돌한 사인 거부에도 토닥이며 성장을 이끌어줬던 포수 선배들. 공교롭게도 서로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

FA 시장을 통해 양의지가 친정 두산으로 가고, 박세혁이 NC로 왔다.

정철원은 일구회 시상식에서 "양의지 선배님 미트만 보고 던지겠다"면서도 "확실하게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이 있으면 고개를 저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반란'을 예고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 말을 전해 들은 양의지는 "제 사인에 고개를 흔든 것에 대해서는 뭐 민혁이가 많이 흔들었기 때문에"라고 농담으로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얼마든지 흔들어도 좋다는 뜻이었다.

양의지는 "투수가 확신이 있다면 자기 공을 던지는 게 진짜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설명을 해주면 저도 공부가 될 수 있다"며 열린 마음임을 강조했다. 이어 "저는 투수를 편하게 해 주는 스타일"이라며 "나이 차 관계 없이 어떻게든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맞춰가면서 경기를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철원 뿐 아니라 두산의 미래를 이끌어갈 모든 젊은 투수들을 향한 돌아온 최고포수가 던지는 메시지다.

정철원이 자신과의 배터리 호흡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그는 "이번에 신인왕을 받아 자신감이 많이 생겼던데 저도 신인왕 받은 포수(2010년)라 서로 잘 맞을 것 같다"는 농담을 섞어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타자 입장에서 정철원 공이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2타수2안타(실제로는 3타수2안타) 쳤던 것 같다. 집중 좀 했다"며 껄껄 웃었다. 대선배의 관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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