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정철원(23)과 NC 신민혁(23)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투수들.
데뷔는 신민혁이 빨랐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퓨처스리그 경험을 거쳐 2020년 1군 무대에 처음 섰다.
신민혁은 이날 국내 최고 포수인 대선배 양의지의 사인에 고개를 젓는 장면이 여러차례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그는 경기 후 "선배님께서 '나만 믿지 말고 너도 타자와 승부해야 한다'고 하셔서 내 공을 던지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신민혁은 양의지 사인에 수시로 고개를 저으며 자신 만의 피칭을 이어갔다.
|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5월1일 1군 무대에 첫 콜업된 정철원은 5월6일 잠실 KT전 0-3으로 뒤진 6회초 무사에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신인왕 탄생의 첫 걸음이었다.
7회 정철원은 선두타자 조용호와 승부할 때 포수 박세혁의 사인에 두차례 고개를 저은 뒤 패스트볼 승부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당돌한 사인 거부에도 토닥이며 성장을 이끌어줬던 포수 선배들. 공교롭게도 서로 유니폼을 바꿔입게 됐다.
FA 시장을 통해 양의지가 친정 두산으로 가고, 박세혁이 NC로 왔다.
정철원은 일구회 시상식에서 "양의지 선배님 미트만 보고 던지겠다"면서도 "확실하게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이 있으면 고개를 저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반란'을 예고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이 말을 전해 들은 양의지는 "제 사인에 고개를 흔든 것에 대해서는 뭐 민혁이가 많이 흔들었기 때문에"라고 농담으로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얼마든지 흔들어도 좋다는 뜻이었다.
양의지는 "투수가 확신이 있다면 자기 공을 던지는 게 진짜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설명을 해주면 저도 공부가 될 수 있다"며 열린 마음임을 강조했다. 이어 "저는 투수를 편하게 해 주는 스타일"이라며 "나이 차 관계 없이 어떻게든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맞춰가면서 경기를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철원 뿐 아니라 두산의 미래를 이끌어갈 모든 젊은 투수들을 향한 돌아온 최고포수가 던지는 메시지다.
정철원이 자신과의 배터리 호흡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그는 "이번에 신인왕을 받아 자신감이 많이 생겼던데 저도 신인왕 받은 포수(2010년)라 서로 잘 맞을 것 같다"는 농담을 섞어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타자 입장에서 정철원 공이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2타수2안타(실제로는 3타수2안타) 쳤던 것 같다. 집중 좀 했다"며 껄껄 웃었다. 대선배의 관록.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