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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구단들의 작전, '투수 초대박'은 더 희귀해진다[SC핫포커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12-17 23:39 | 최종수정 2022-12-18 07:40


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NC 구창모.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9.22/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에이스'는 우리가 지킨다. 구단들의 전략이 달라졌다. 다년 계약이 대세가 되면서 투수 FA 초대박은 더욱 희귀해질 전망이다.

NC 다이노스는 17일 구창모와의 '깜짝' 다년 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조건은 구창모의 FA 자격 획득 시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6년 최대 125억원(인센티브 35억원 포함), 6+1년 최대 132억원(인센티브 포함)이다. 상황에 따라 구창모는 최대 2029시즌까지 NC 선수로 뛰게 된다.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부터 비 FA 다년 계약 사례가 등장하고 있었지만, 구창모의 경우는 FA를 아직 한참 남겨놓은 상황이라는 점이 다르다. NC 구단도 "FA 자격 획득까지 2시즌 이상 남아있는 선수의 장기 계약은 리그 첫 사례"라면서 "이번 계약으로 핵심 선발 자원에 대한 선제적인 확보, 선수에 대한 동기 부여, 중장기적인 선수단 구성 계획 실행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구창모가 지니고 있는 구단 내에서의 상징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우리 선수'로 묶고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났다. NC는 최근 2년 사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나성범이 떠났고, 야심차게 영입해 첫 우승을 함께 했던 핵심 포수 양의지마저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갔다. 둘 다 FA 자격으로 떠났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은 달랐지만, 어쨌거나 그 과정 속에서 팬들의 비난도 많이 받았다. 중요한 선수들을 잡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NC에서 데뷔해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투수로 성장한 구창모를 장기 계약으로 붙드는데 성공하면서, 함께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최근 KBO리그 구단들은 장기 계약으로 팀의 주축 선수들을 묶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SSG 랜더스가 문승원 박종훈 한유섬과 다년 계약을 맺었고, 삼성 라이온즈도 구자욱과 계약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 지난달 투수 박세웅과 5년 최대 90억원(인센티브 20억원 포함)에 다년 계약을 했다. FA 자격을 얻기 전, 선수들과 미리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이제는 구단의 핵심 과제가 됐다.

특히나 문승원, 박종훈 그리고 박세웅과 구창모처럼 선발 자원들이 상당수인 것이 눈여겨 볼 포인트다. 최근 FA 시장에서는 대어급 선발 투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양현종(KIA)이나 김광현(SSG)처럼 상징성과 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극히 드문 투수들을 제외하고는, '초대박' 투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 투수 FA 계약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기도 하고, 구단들이 타팀에서 선발 투수들을 영입하는데 있어 부담을 느끼는 게 크다. 야수들이 활발하게 이적 시장을 통해 몸값을 불리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분위기다.

박세웅, 구창모처럼 향후 FA 자격을 얻었을 때 좋은 조건에 타팀의 오퍼를 받을 수 있는 투수들까지 미리 다년 계약으로 붙잡아두면서 투수 FA 초대박 사례는 점점 더 보기 희귀해질 수 있다. 다른 구단들도 이제 대세가 된 다년 계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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