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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일 모른다" 이 한마디에 올스톱, 애써 키운 2군 홈런왕, 두산 갈 뻔 했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2-02 01:57 | 최종수정 2022-12-05 05:29


퓨처스리그 홈런왕 오장한. NC다이노스 제공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거포와 강속구 유망주는 선뜻 내주는 게 아니다.

포텐이 터지면 크게 터지기 때문이다. 박세혁 보상선수로 NC 다이노스가 유망주 내야수 박준영(25)을 두산 베어스에 보냈다.

비록 장기 부상으로 재활 중이지만 일발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포텐을 터뜨린 2년차 우투좌타 거포 외야수 오장한(20)은 지켰다는 사실이다.

지난 가을 상무에서 전역한 오장한은 올시즌 81경기에서 17홈런을 터뜨리며 퓨처스리그 홈런왕 올랐다. 2위 그룹 삼성 이성규, KT 문상철, KIA 임석진의 11홈런과 무려 6개나 차이 나는 압도적 수상. 0.279의 타율에 63타점, 장타율 0.500, 출루율 0.364.

전반기에 컨택률을 끌어올린 오장한은 타격폼이 안정된 후반기 부터 본격적인 장타 생산에 나섰다. 특히 시즌 막판 홈런 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8월에만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타이틀 굳히기에 들어갔다. 장안고 시절 140㎞를 훌쩍 넘는 빠른 공을 던지던 이도류 선수. 장타력과 강한 어깨를 동시에 갖춰 '제2의 나성범'으로 클 수 있는 거포 외야수다.


2년 전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투수로 출전한 장안고 오장한. 목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꿈틀대는 거포 유망주의 등장에 NC팬들이 흥분했다. 오장한을 당장 1군에서 보고 싶어했다. '왜 빨리 (1군에) 안올리느냐'는 글들이 올라왔다.


실제 구단도 오장한의 콜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NC 강인권 당시 감독대행이 이를 막아섰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 않느냐"며 콜업을 극구 반대했다.

애써 키운, 귀하디 귀한 거포 유망주. 1군에 콜업돼 정식선수가 될 경우 다가올 겨울, 유출 가능성이 있었다. 행여 A급 외부 FA라도 영입하면 20인 보호 테두리 안에 묶기 힘든 선수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당시 NC의 외부 FA 영입 가능성은 희박해보이긴 했다.

내부 예비 FA만 무려 8명. 가뜩이나 양의지 박민우 같은 거물급 잔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단은 사령탑의 제안을 존중해 오장한을 끝내 콜업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 "사람 일 모른다"던 강인권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됐다.

시장이 열리기 무섭게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리빌딩을 준비하던 두산이 시즌 후 박정원 구단주의 적극적 행보 속에 슈퍼스타 출신 이승엽 감독 선임 후 FA 시장에서 총력전 끝에 양의지를 덜컥 사갔다.

예기치 못한 주전 포수 공백에 NC는 부랴부랴 FA 포수 박세혁을 영입해야 했다. 예정에 없던 보상선수를 내주게 된 셈.

하지만 사전 준비 덕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우선 지난 시즌 말 군복무를 마친 차세대 주전 포수 김형준과 레이저 송구의 외야수 김성욱, 우완 배재환, 좌완 최성영 등을 부상 등을 이유로 군보류 선수에서 풀지 않았다. 여기에 10개 구단 최다였던 7명의 FA 신청자까지 제외되면서 20인 보호선수 명단 짜기가 다소나마 수월해졌다.

두산에 건넨 20인 보호선수 명단은 사실상 30명 가까이 보호한 효과가 있었다. 재활 중인 박준영을 과감하게 선택한 두산 측에서 "박준영이 없었다면 현금 보상까지 고려할 뻔 했다"고 말할 만큼 뽑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만약 오장한이 지명가능했다면 두산의 선택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강인권 감독의 선견지명이 향후 오영수와 함께 미래 NC 좌타라인의 홈런 파워를 책임질 왼손 거포 유출을 막았다. 오장한은 현재 호주리그에서 질롱코리아 소속 선수로 활약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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