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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리틀야구 감독' 강로한 "어느덧 서른…1년 넘게 고민했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2-01 08:52 | 최종수정 2022-12-01 09:51


2020년 6월 6일 끝내기 안타를 친 강로한의 세리머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몇차례 기회가 찾아왔는데, 내가 놓쳤다. 정신 차리고 보니 서른이었다."

왕년의 외인 MVP 이름을 딴 '강로하스 주니어'가 별명이다. 이름의 유사성보다 강로한(30)을 향한 부산 야구팬들의 기대감과 애정이 눈에 띈다.

강로한이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강로한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퇴단 의사를 전하고, 고향 울산의 리틀야구팀 감독을 맡기로 했다.

외야 한 자리는 외국인 선수 잭 렉스의 차지다. 이미 고승민과 황성빈이 잠재력을 터뜨렸고, 신용수 추재현 등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조금 밀려난 상황. 향후 조세진 윤동희 등 어린 유망주들의 성장까지 감안하면,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래도 롯데 구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친 방출 명단에 강로한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강로한의 마음은 꺾인 뒤였다. 강로한은 지난달 30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내년 이후에도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기 어렵다고 봤다. 1~2년 더 선수로 더 뛸 바에야 기회가 왔을 때, 지금부터는 지도자로 경험을 쌓는게 낫다"고 했다.


강로한.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울산 출신이라곤 하지만 경남중-부경고-경남대의 성장과정이 말해주듯 부산 남자가 된지 오래다. 사직구장은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선망의 무대였다.

강렬한 라인드라이브를 만들어내는 강한 손목힘이 명품이었다. 툭 밀어치는 모습만 보면 뜬공일 법한 타구가 담장을 넘겨 홈런이 되곤 했다. 빠른발과 강한 어깨까지 지닌 군필유망주. 롯데를 대표하는 피지컬의 소유자였다. 한때 '성민규(단장)의 남자'로 불리며 툴 가이(Tool Guy)란 말을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극적인 상황도 자주 연출했다. 2019년 5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데뷔 첫 홈런 포함 6타수 3안타로 맹활약했고, 2020년 6월 6일 KT 위즈전에선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1년 뒤인 2021년 6월 6일 KT전에선 다시 9회말 동점 투런포를 šœ려냈다.

2019년 타율 2할4푼(288타수 69안타) 4홈런 2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4를 기록하며 롯데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구단에서도 질롱 코리아를 보내는 등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9년이 내 인생 최고의 1년으로 남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잘못했다. 선구안을 잡을 게 아니라 타격에서의 내 강점을 더 살렸어야했는데…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상황이 됐다. 잘해보겠다고 타격폼에도 너무 손을 댔다."


롯데 시절 강로한. 스포츠조선DB
그때만 해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후 3년간 보여준게 없다. 강로한은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았다.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초등학교 은사님께서 리틀야구 감독 자리를 제의하신지 1년이 넘었다. 갑작스럽게 결심한 건 아니다.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구를 하는 자체에 조금 지쳐있다. 아직 몸상태가 좋다보니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서른이란 나이도 부담이 됐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롯데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사드린다. 야구 공부 열심히 해서 지도자 강로한으로 인사드리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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