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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KBO 역사상 초보 사령탑이 정상에 오른 건 공식적으로는 5번이다.
수석코치로 김응용 감독을 보좌하던 선 감독이 2005년 지휘봉을 잡을 당시 삼성 포수는 진갑용이었다. 그는 1998년 OB에서 데뷔해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정상급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를 이끌며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포수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진갑용은 선 감독 부임 후에도 전성기를 이어갔다. 2005년 포수로 105경기에 출전해 805이닝을 수비하며 0.991의 수비율과 30.7%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당시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도루저지율은 3위였고, 패스트볼은 2개로 가장 적었다.
진갑용은 류 감독이 부임한 2011년에도 주전 포수였다. 마스크를 쓴 경기와 수비이닝은 각각 100경기, 675이닝으로 줄었지만, 수비율 0.989, 도루저지율 35.4%, 패스트볼 3개 등 포수로서 능력은 막판 전성기를 누리는 시점이었다. 방망이 실력은 워낙 정평이 나 있던 그는 투수 리드, 블로킹, 송구 능력 등 포수로서도 최정상급 자리를 지켰다.
그 양의지가 나이 30대 중반이 돼 4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총액으로 역대 최고인 6년(4+2년) 최대 152억원을 받기로 했다. 두 차례 우승을 함께 일군 김태형 감독이 떠난 자리에는 초보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 부임했다. 이 감독은 양의지의 두산 컴백 소식을 누구보다도 반겼다. 두산 지휘봉을 잡고 "포수 보강"을 주문했던 그에게 그 무엇보다 '통 큰' 선물이 도착했다.
이 감독은 정식으로 지도자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은퇴 후 코치 경력 없이 프로 지휘봉을 잡은 사실상 첫 번째 감독이다. 만일 그가 내년에 우승을 거머쥔다면 '감독 직행 우승'이라는 KBO 역사에 남을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숱한 우승 경험을 쌓았다. 삼성에서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일본에서 2번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그는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흘렸던 눈물을 기억한다. 초보 사령탑 우승이라면 의미가 다른 눈물일 것이다. 양의지가 뒤를 받친다.
슈퍼스타 감독과 대형포수의 결합을 두산은 오래 전부터 기획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