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김)택형이는 참 희한한 애예요. 아니 왜 구속이 줄었는데 공이 더 좋죠?"
1차전에서 이정후를 1루 땅볼로 잡고, 이후 김혜성과 푸이그까지 처리한 김택형은 2차전에서 이정후에게 올 시즌 첫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3차전에서 다시 1⅓이닝을 책임지며 역전 발판을 마련해 구원승을 거뒀고, 5차전에서는 세번째 투수로 7회에 나와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9회 김강민의 끝내기 홈런으로 SSG가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김택형의 2이닝 '삭제'였다. 그리고 우승이 확정된 6차전에서도 김원형 감독은 선발 윌머 폰트에 이어 김택형을 두번째 투수로 택했고, 자신의 임무대로 이정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홀드를 챙겼다.
2018년 이후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그 주역이라는 사실에 김택형은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대진 불펜코치는 김택형의 활약을 두고 "이상하게 구속이 더 줄었는데, 컨트롤이 좋아지고 구위도 좋아졌다"고 칭찬했고, 김원형 감독도 "이제 야구를 좀 하는 것 같다"며 활약을 언급했다.
유독 이정후에게 강하다는 것은 김택형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기 싸움에서도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구대성처럼 투구 시작전에 거의 등을 돌렸다가 손이 완전히 숨겨진 상태에서 나오는 특유의 폼이 좌타자들에게는 까다로운 포인트다. 김택형도 "정후가 이상하게 저한테 많이 약하더라. 저도 자신감이 생기고, 정후에게 뭘 던져도 안 맞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사실 딱히 비결은 없는데 폼이 특이해서 어려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택형은 상무 입대 최종 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1군 활약상을 감안하면 합격이 유력해 보인다. 연말에 입대를 하게 되면, 2시즌 가까이 뛸 수 없다. 좌완 투수가 필요한 구단 역시 아쉬워 하는 대목이다. 김택형은 "구단주님도 제게 군대 가기 전까지 마지막까지 한번 불태워 달라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그게 말처럼 된 것 같다. 군 입대 전에 기쁘게 마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