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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볼넷-통한의 슬라이더 2개...최원태에 무슨 일이 있었나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11-08 12:31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과 SSG의 경기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9회말 SSG 김강민이 키움 최원태를 상대로 역전 3점홈런을 날렸다. 환호하고 있는 김강민.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0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악몽의 9회, 키움과 최원태에 어떤 일이 있었나.

키움 히어로즈 입장에서 11월7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날과 경기가 됐을 것이다. 시리즈 전적 2-2 상황 가장 중요한 승부, 다 잡았던 경기, 하지만 9회말 마지막 순간 믿을 수 없는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내주며 무너졌다.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무너뜨리고 4점 리드를 가져갔다. 8회 김재웅이 최 정에 투런 홈런을 내줬지만, 그래도 9회 최원태가 있어 2점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사진출처=중계 화면 캡처
하지만 선두 박성한 볼넷부터 꼬였다. 사실 키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었다. 3B1S 상황 최원태의 몸쪽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존에 걸쳐 들어갔는데, 포수 이지영이 지나치게 미트질을 한 탓이었을까 박종철 구심은 단호하게 볼넷을 선언했다. 하지만 다시 돌려봐도, 그렇게 단호한 볼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공인가 싶다.

그래도 2점차 리드가 있었다. 아쉬운 건 최원태가 선택한 결정구 슬라이더 2개였다.

최주환과 10구째까지 가는 승부. 여기서 진이 빠졌다. 1B2S 상황 4구째 커브에 최주환이 헛스윙을 했는데, 비디오 판독 결과 파울이었다.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는 안맞은 것처럼 보여 오심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공의 궤적이 확 바뀌는 점, 포수 이지영이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봤을 때 방망이에 걸렸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타자가 가장 잘 안다. 최주환은 경기 후 "분명히 닿았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5구째 커브가 가운데로 들어갔고, 이후 계속해서 유인구가 아닌 가운데 승부가 이어졌다. 마음 급하고, 어떻게든 맞히려고 안달이 난 최주환이었음을 감안하면 4구째 공처럼 떨어지는 커브가 1개만 더 들어갔다면 헛스윙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투심, 체인지업으로 정면 승부를 하다 10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고, 최주환이 이를 통타했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1, 3루 상황 3루주자 1점은 준다하고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해야 했다. 타석에는 대타 김강민. 노림수가 좋은 베테랑. 하지만 전성기와 비교해 배트 스피드가 많이 느려졌다. 최원태의 1, 2구 강력 투심에 대처를 못했다. 누가 봐도 방망이가 느렸다.


여기서 너무 자만했던 것일까. 최원태의 3구째 슬라이더가 한가운데 높게 몰렸다. 배트 스피드는 느려졌지만,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엄청난 내공을 쌓은 김강민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했다. "큰 경기에서는 무조건 실투가 온다"고 한 김강민이 드라마같은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다.

2S 상황이었다. 바깥쪽으로 한번 뺐어도, 커브가 있으니 떨어뜨렸어도 될 상황에 너무 성급한 승부였다. 김강민의 스윙 컨디션에 너무 자신감이 넘쳤던 것일까. 아니면 슬라이더를 가운데 넣지 않으려고 했는데, 실투였을까. 경기를 지켜보던 한 해설위원은 "최원태가 시즌 중에도 슬라이더가 손에서 빠지면 치명적 실투로 연결되는 경우아 제법 있었다. 어제도 그와 같은 케이스"라며 안타까워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지만, 어제와 같은 한국시리즈 5차전은 정말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 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키움과 최원태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을 악몽이 되고 말았다. 투수의 선택이었는지, 포수의 리드였는지, 아니면 벤치의 판단이었는지 곱씹을수록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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