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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야심찬 출발에 비해 초라한 퇴장이었다. 염경엽 감독에게 오명을 남긴 건강 문제.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차기 감독으로 부임한 염경엽 감독은 첫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듯 했다. 그런데, 2019시즌 막판 두산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그것도 마지막 경기에서 같은 승률을 기록하고도 상대 전적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고개 숙이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못했다.
이 성적은 염 감독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 당시 SK의 주축이던 기둥 투수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출혈이 큰 상황에서 맞은 2020시즌. SK는 시즌 초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리고 팀이 9등이던 6월말.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팀 상황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SK를 우승팀으로 만들지 못한 것, 그것도 충격적인 역전 우승을 허용한 것 역시 뼈아팠지만 무엇보다 다른 것도 아닌 건강상의 문제로 자리를 떠났다는 것은 야구인 염경엽에게는 치욕과도 같은 일이다. 책임감과 명예로 맡는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마른 체형인 염경엽 감독은 스트레스를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게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다. 학구파로 알려진만큼 워낙 꼼꼼하고 세밀하게 모든 것을 준비하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는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다고 한다. 평소에도 과식과는 전혀 거리가 먼 생활을 할만큼 음식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식사도 매우 간단하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술은 하지 않는다.
20~30대 젊은 나이때는 괜찮지만, 문제는 이제 염경엽 감독도 50대 중반의 나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넥센의 감독을 할 때만 해도 40대 젊은 감독이지만, 이제는 리그에서 베테랑 고참급에 속한다.
SK에서의 마지막이 불명예였기 때문에, 염경엽 감독은 계속해서 건강 이슈와 관련한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더군다나 그가 맡게 될 LG는 가장 열혈 팬이 많고,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해 그로 인해 사령탑이 받는 스트레스도 매우 높은 팀이다. 과거 감독들도 그랬다. 또 지금 LG는 전력이 갖춰진 팀이기 때문에 우승을 해야만 기존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 감독을 선임한 당위성이 생긴다.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두번의 반복은 안된다. 아마 누구보다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당사자일 것이다. 일단 건강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는 것이 먼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