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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로 괜찮겠는데?"…日 육성 전문가도 인정, 떡잎부터 달랐던 '느림의 미학'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11-03 11:55 | 최종수정 2022-11-03 12:23


은퇴식에서 유희관이 팬들을 향해 답례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야구 선수로서 재미있어 보이더라."

두산 베어스는 지난 10월 구보 야스오 전 소프트뱅크 2군 코치를 투수 인스트럭터로 초빙했다.

구보 코치는 2023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순회 코치 계약을 하는 등 꾸준하게 투수 육성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구보 코치와 두산 선수가 인연은 맺은 건 10년 전인 2012년. 후반기 무렵 두산 2군에 인스트럭터로 와서 두산 선수를 지도했다.

당시 구보 코치의 시선을 사로잡은 투수 한 명이 있었다. 상무 소속으로 있다가 9월에 제대해 팀에 합류했던 유희관(36).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4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입단 후 2년 동안 21경기 14⅔이닝 출장에 그쳤다. 이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단한 그는 2012년 11승3패 평균자책점 2.40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그해 9월 팀에 합류했다.

최고 시속 130㎞ 초반에 머물렀던 투수였지만, 구보 인스트럭터는 유희관은 인상깊게 바라봤다. 구보 인스트럭터는 "선발로 괜찮은 선수라고 구단에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고 10년 전 유희관의 모습을 떠올렸다.

구보 인스트럭터는 "제구력이 좋았다. 야구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선수였다"라며 "특히 머리를 잘 써서 인사이드 워크를 잘했다.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 보였다"고 '선발 유희관'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던 이유를 설명했다.


구보 인스트럭터의 판단은 정확했다. 유희관은 2013년 외국인 에이스였던 더스틴 니퍼트가 담 증세로 나서지 못하게 되자 선발로 기회를 받았고 5⅓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올렸다.

유희관의 야구 인생도 풀렸다. 그해 10승을 시작으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행진을 이어갔고, 2014년 4승을 더하며 101승으로 은퇴했다. 빠른 공을 앞세운 현대 프로야구에서 유희관은 느린 구속으로도 정교한 제구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구보 인스트럭터는 두산에서 '제 2의 유희관'의 탄생도 기대했다. 그는 "딱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두산에는 여러 스타일의 선수가 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 소질이 있고, 재능이 있는 선수가 있다"라며 "기초적인 부분을 잘 다지면 갑자기 누가 성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좋은 선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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