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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어차피 준비를 시켰다면, 왜 모리만도를 일찍 투입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실책이 속출했다. 경기 전 더그아웃에 메시지를 붙이는 등 수비에 대한 강조를 지나칠 정도로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1차전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접전이 된 경기. 결국 불펜 싸움이었다. 이번 시리즈 전 최대 화두는 SSG의 불펜, 마무리 문제였다. 고정 마무리가 없는 SSG가 단기전, 경기 후반 어떤 선택을 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문제는 그 베테랑 노경은도 9회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 선두 김태진에 볼넷을 내주는 모습을 보면,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제구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희생번트 후 대타 전병우에게 통한의 역전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초구 높은 슬라이더를 통타당했다. 앞선 타자에게 치명적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어떻게라도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한다는 투수 심리를 전병우가 제대로 간파했다.
놀라운 건, 홈런을 내준 후 모리만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3차전 선발 예정 투수. 선발 등판 이틀 전 사이드피칭 개념이라 하면 등판은 문제가 안됐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다.
어차피 준비를 시킨 거라면, 노경은이 볼넷으로 흔들렸을 때 교체 타이밍을 잡아보는 건 어땠을까. 아니면 9회 시작에 깜짝 마무리로 투입해 상대 기를 꺾어버리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카드가 등장하면 상대가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확실한 건, 중요한 경기 마무리는 힘으로 찍어누르는 투수가 필요하다. 노경은은 이에 어울리는 카드가 아니었다.
또, 9회말 동점을 만든 후 모리만도를 계속 끌고간 것도 악수가 됐다. 4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3차전 선발 등판이 불투명해졌다. 선발 로테이션이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모리만도로 3차전을 생각하지 않고, 1차전을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계산이었겠지만 경기에 패했으니 오히려 치명타가 돼버렸다. 이날 등판하지 못한 서진용을 포함한 다른 불펜투수들은 '감독님이 우리를 믿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 속에 시리즈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