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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 강해야 하는데…' 호랑이의 고민, 키는 황대인이 쥐고 있다[SC초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10-26 00:53 | 최종수정 2022-10-26 06:54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성과 중 하나는 타선의 반등이다.

'방망이의 팀'으로 거듭났다. 팀 타율(2할7푼2리)과 OPS(출루율+장타율·0.747)에서 1위에 올랐고, 팀 타점(677개·2위) 및 팀 홈런(113개·4위)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지난해를 9위로 마감하는 과정에서 팀 타율 9위(2할4푼8리), 홈런(66개), 타점(546타점), OPS(0.673) 최하위 멍에를 썼던 것보다는 큰 발전을 이뤘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하진 않지만, 1년 전에 비해 이룬 발전의 무게를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올 시즌 KIA 타선은 짜임새 면에서도 괜찮았다. 테이블세터 타율 전체 3위(2할8푼3리), 하위 타선 타율 2위(2할5푼7리)였다. 득점 판을 깔아주는 상위 타선, 하위 타선에서 상위 타선으로 가는 연결고리는 단단했다. 중심 타선에서 해결만 잘 해준다면 득점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구조. KIA 김종국 감독이 시즌 내내 "중심 타선이 해결만 잘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던 이유다. 올 시즌 KIA 중심 타선 타율은 2할8푼3리로 전체 4위였다.

KIA 중심 타선은 나성범(33)이 부동의 3번 타자로 자리를 지킨 가운데, 황대인(26)과 소크라테스 브리토(30)가 4~5번 자리를 번갈아 맡았다. 황대인은 4번 자리에 48회 출전했고, 소크라테스는 5번 타자로 58차례 나섰다.

좌-우-좌로 이어지는 타순 구성은 상대 투수 공략을 위해 여느 팀들이 활용하는 전략. 다만 KIA는 좌타자 나성범과 소크라테스에 비해 우타자 황대인의 실질적인 생산성이 썩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전략의 효과를 크게 봤다고 보긴 어렵다.

황대인은 타율 2할5푼6리(476타수 122안타) 14홈런 91타점, 출루율 0.315, 장타율 0.401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4할 이상 장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91타점이라는 수치가 눈에 띈다. 다만 절반 가량의 타점이 4~5월(44타점)에 집중됐고, 전반기(58타점)에 비해 후반기(33타점) 타점이 크게 줄어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첫 풀타임 1루수로 나선 그가 후반기 체력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3할대 타자 두 명이 버틴 중심타선에서 황대인이 한 축을 담당하기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다만 현재 KIA 타선 구성상 황대인은 새 시즌에도 중심 타선의 한축을 맡아야 한다. 전반기 극도의 부진 뒤 후반기에 반등한 최형우(39)가 마흔줄에 접어드는 내년에도 흐름을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또 다른 '차세대 거포' 김석환(23)의 발전도 느리다는 점에서 황대인이 빠졌을 때 중심 타자로 기용할 만한 자원이 썩 눈에 띄지 않는다. 박동원(32)이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FA계약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당장 상수로 보긴 어렵다.

기복은 있지만 두 자릿수 홈런과 100타점에 가까운 지표, 4할대 장타율은 황대인이 재능이 아예 없진 않다고 볼 만한 대목. 결국 나성범이 3번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소크라테스가 내년에도 KIA와 동행한다면 황대인이 올 시즌 경험을 토대로 새 시즌 얼마나 발전세를 증명하느냐에 따라 KIA 중심 타선의 파괴력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풀타임 시즌 기용이라는 세금을 낸 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게 황대인의 내년 최대 과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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