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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염' 딛고 MVP급 활약, 아주 특별한 '옵션' 있었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0-23 02:08 | 최종수정 2022-10-23 05:08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8회말 2사 2, 3루 김선빈의 타구를 피렐라가 점프하며 잡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년 전, 호세 피렐라(33)를 향한 삼성 팬들의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2021년 데뷔 첫해, 피렐라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전반기 80경기 3할2푼1리의 타율에 20홈런 65타점으로 최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60경기 2할4푼9리의 타율에 9홈런 32타점. 생산력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문제의 근원에는 고질인 족저근막염이 있었다.

뛰면 뛸 수록 악화되는 상황. 가장 중요한 가을야구 때 힘을 못 쓸 공산이 컸다.

더 큰 문제는 수비였다. 족저근막염 악화를 막기 위해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해야 했다. 베테랑 주전 야수들의 '쉼터'가 돼야 할 지명타자 자리가 피렐라의 독차지가 됐다. 그만큼 팀 전반의 활용도 측면에서 바람직 하지 않은 외인타자였다.

'피렐라 교체' 여론이 비등했던 시점. 하지만 삼성 홍준학 단장은 단호했다.

숱한 반대에도 불구, 방향은 "무조건 재계약"이었다. "수비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외부적 장치와 내부적 장치, 투트랙 전략이 가동됐다.

일본에서 특수 스파이크가 공수됐고, 체중 관리가 이뤄졌다.

결국 지난해 12월17일, 삼성은 효자외인 듀오 뷰캐넌, 피렐라와의 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피렐라는 계약금 20만달러, 연봉 60만달러, 인센티브 40만달러 등 총액 12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40만 달러의 인센티브 안에 아주 특별한 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체중 옵션'이었다. 홍 단장은 "족저근막염은 체중이 무거울 수록 하중이 강해지기 때문에 의식을 하도록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외야수로 기여도가 높은 선수였다. 충분히 극복하고 외야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2022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1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피렐라가 10회말 끝내기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8.10/
예측은 옳았다.

피렐라는 올시즌 거의 대부분 경기를 좌익수로 출전했다. 지명타자로 나선 경기는 15%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기가 약 75%였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풀타임 좌익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피렐라는 타율(0.342) 타점(109) 홈런(28) 안타(192) 출류율(0.411) 장타율(0.565) 등 6개 부문에 걸쳐 2위를 차지했다. 102 득점으로 득점왕에 오르며 무관의 한을 풀었다. 그야말로 MVP급 활약이었다.

피렐라는 한층 더 진화된 모습으로 KBO리그 3년 차를 맞는다. 삼성의 피렐라와의 재계약 의사는 100%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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