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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선수는 가까운 과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5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푸이그는 4차전 승부의 키 플레이어였다. 상대 투수와 관계 없이 꾸준하게 출루하는 이정후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그의 임무.
하지만 이날은 철저히 실패했다. 마인드 컨트롤도 생각하는 야구도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푸이그는 KT 선발 소형준과 3B2S 풀카운트 승부를 이어갔다. 커터나 투심을 예상했지만 7구째 122㎞ 몸쪽 커브에 배트를 내지 못했다. 루킹 삼진.
이 커브 공이 푸이그에게 좋지 않은 잔상을 남겼다.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아쉬움을 가질 법 했던 상황.
상대 실책이 겹치면서 2-0으로 달아난 3회초 1사 2,3루. 푸이그의 적시타 한방이면 KT의 전의를 상실케 할 빅 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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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을 만나 푸이그 상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인구 위주의 피칭 후 속지 않으면 1루를 채우는 전략.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림. 타석에 선 당사자 푸이그만 급했다.
볼 2개는 잘 골라냈다.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 소형준은 스트라이크 대신 또 한번 유인구 볼을 던졌다.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푸이그가 참지 못하고 헛스윙을 했다. 4구째 몸쪽 투심에 파울볼.
2B2S에서 5구째 투심을 낮게 떨어뜨렸다. 이번에도 땅에 떨어지는 유인구 볼이었다. 하지만 푸이그는 또 한번 참지 못하고 배트를 돌렸다. 헛스윙 삼진 아웃.
KT벤치가 원했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2사 2,3루가 됐고, 후속타자 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찬스가 무산됐다. 카운터블로우를 날릴 수 있었던 순간. 푸이그의 단순함과 욕심이 빚어낸 참사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꿴 푸이그는 이날 4타수무안타 3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루킹 삼진을 당한 뒤 불편한 심기를 참지 못하고 주심에게 항의를 하며 체면을 구겼다. 타자는 낮게 보였지만 구위가 좋은 박영현의 빠른 공은 무릎 위를 통과한 명백한 스트라이크였다. 놀란 홍원기 감독까지 뛰쳐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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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해 배운 성공의 법칙. 전날 하루 성공에 취해 망각 했던 하루였다. 대가는 뼈아픈 패배로 이어졌다. 결정적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흐름을 넘겨주며 6대9 쓰라린 역전패로 시리즈 원점을 내준 키움. 무거운 발걸음으로 22일 5차전이 열리는 고척을 향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