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김태훈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때린 박병호.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강판 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안우진.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우완 에이스 안우진(23)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그림이 안 그려진다. 4번 타자 박병호(36)없는 KT 위즈도 마찬가지다. 안우진과 박병호, 소속팀을 가을야구로 이끌고, 가을야구의 중심에 있는 투타 핵심전력이다.
대한민국 에이스로 도약한 안우진은 올해 히어로즈의 페넌트레이스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4월 2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2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무조건 이겨야했던 10월 8일 두산 베어스와 최종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승리를 이끌었다. 히어로즈를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한 역투였다.
안우진이 196이닝을 던지면서 거둔 15승 안에, 올 시즌 히어로즈가 담겨있다. 안우진은 홍원기 감독이 손에 쥔 최고의 카드다.
이강철 감독은 KT가 전반기에 고전할 때도, 중반 이후 약진할 때도 박병호를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모두가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던, 미래가 불투명한 30대 중반 베테랑 타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홈런왕의 면모를 되찾은 박병호는 이런 믿음에 부응했다. 시즌 내내 꾸준하게 홈런을 생산해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젊은 주축타자 강백호의 부상 공백이 길었기에 존재감이 더 두드러졌다.
두 선수의 빛나는 성과가 팀 성적으로 이어졌다. 안우진은 최다이닝을 소화하면서 다승 2위,
1회 박병호의 타격 지켜보고 있는 키움 선수들.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안우진이 6회초 2사후 중전안타를 치고 2루를 노리던 알포드를 막아낸 이정후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평균자책점(2.11) 탈삼진(224개) 1위에 올랐다. 역대 한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세웠다.
35홈런, 9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8. 박병호는 막강 화력으로 부활했다. 3년 만에 30홈런을 넘겼고, 통산 6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다. 지난 9월 초 발목을 크게 다쳤는데도 시즌 종료를 앞두고 복귀했다. 부상 직후 시즌 아웃 이야기가 나왔던 박병호다.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와 4번 타자의 맹활약은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까지 피말리는 3위 싸움을 한 히어로즈와 KT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16일 벌어진 1차전. 선발로 나선 안우진은 6회까지 3안타 무실점한 후 마운드를 넘겼다. 21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9개를 잡는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박병호는 이날 안우진을 상대로 한 두 타석에서 무안타 삼진 1개를 기록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박병호는 안우진에 9타수 2안타 1타점에 그쳤다.
박병호는 안우진이 강판한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홈런을 터트렸다. 반격을 알린 '한방'이었다. 또 3-4로 뒤진 8회초 우중안타를 때려 동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팀이 8회말 대량실점해 경기를 놓쳤지만, 4번 박병호는 달랐다.
1차전을 앞두고 동료들과 함께 몸을 풀고 있는 박병호.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1차전 승리 후 안우진 등 히어로즈 선수들이 팬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1차전 투구수 88개. 홍원기 감독이 명확하게 안우진의 향후 등판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밖에 없다. 준플레이오프가 길게 이어지면 한 차례 더 선발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히어로즈가 더 높은 곳으로 가도 시리즈를 좌우할 핵심카드는 안우진이다.
무게감이 남다른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모든 타석에서 홈런을 칠 수 없지만, 모든 타석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
홍원기의 안우진, 이강철의 박병호는 어떤 결과를 받아들까. 네 사람이 모두 히어로즈 출신으로 묶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