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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감독 한숨 짓게 한 토종 닥터K, 그래도 WBC선 못 본다?[SC초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10-16 18:35 | 최종수정 2022-10-17 03:43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준PO 1차전 키움과 KT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 선발 안우진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0.16/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가을야구는 산책이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의 공은 가을야구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에서 6이닝 3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팀의 첫승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 투수가 되진 못했다. 그러나 후반 추격에서 드러나듯 언제든 불 붙을 수 있는 KT 위즈 타선을 중반까지 침묵시킨 안우진의 투구가 아니었다면, 키움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승부였다는 점에 의미를 둘 만했다.

정규시즌 224탈삼진을 솎아냈던 안우진은 이날도 삼진으로 수놓았다. 최고 157㎞ 강속구 뿐만 아니라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 각도 큰 슬라이더 등 자신의 주무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격수 신준우의 신들린 수비도 도움이 됐지만, KT 타선이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한 이닝이 대부분이었다. 경미한 손가락 물집 탓에 마운드를 내려간 6회까지 투구 수는 한계에 못 미친 88개였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안우진은 우리가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다. (경기) 후반을 생각하고 갔다"고 털어놓았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이 7회에도 마운드에 서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남은 경기가 있기에 과감히 (교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우진은 올해 정규시즌 탈삼진 부문 뿐만 아니라 평균자책점(2.1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0.95), 투수 WAR(7.95·스탯티즈 기준) 모두 1위였다. 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수식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앞서 두 번의 가을야구 등판 모두 불펜 역할을 했으나, 첫 선발 등판에서 정규시즌과 다름없는 무결점 투구를 선보이면서 '토종 에이스'의 진가를 재확인했다.

이날 안우진을 상대한 이 감독은 다가올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하다. 코치-감독으로 양현종(34·KIA 타이거즈) 소형준(21·KT) 등 걸출한 투수를 키워낸 그의 눈에 이날 안우진의 투구는 밟힐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활약, 포스트시즌에서 확인한 구위만 놓고 보면 안우진은 대표팀 에이스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진 미지수다. 고교 시절 학교폭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WBC는 프로가 주관하는 대회이기에 2018년 안우진에 내려진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WBC 대표팀 발탁이 향후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때 안우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올 시즌 내내 안우진의 WBC 대표팀 발탁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찬반 여론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표팀 기술위원회 역시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우진이 여전히 학교폭력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걸림돌이다.

실력 면에서 이견이 없는 '토종 에이스'다. 첫 가을야구 선발 등판에서도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주홍글씨'도 여전하다. 키움의 전진이 계속되고 안우진의 등판이 이어지는 동안 복잡한 시선도 뒤따를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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