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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 확인하고 2구째 승부를 걸었다." 투수 이대호에 타자 꿈 이룬 세이브왕은 진심으로 홈런을 노렸다[잠실 코멘트]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2-10-15 01:37 | 최종수정 2022-10-15 08:37


적극적으로 스윙하고 있는 고우석.

[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진심이었다. 데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타자로서의 출전. 아무리 대 선배의 은퇴 경기이고, 스페셜 매치같은 느낌으로나선 타석이었지만 그는 홈런을 노렸다.

LG 트윈스의 세이브왕 고우석 얘기다. 고우석은 지난 8일 부산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서 대타로 나섰다. 이대호의 은퇴 경기였던 그날. 8회초 이대호가 투수로 등판하자 LG에서 고우석을 대타로 출전시킨 것. 이대호의 투수 등판에 대한 얘기를 들은 LG 류지현 감독이 어떤 대타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최고의 타자가 투수로 나서니 최고의 투수를 타자로 내겠다는 생각에 고우석을 떠올렸다.

대신 고우석에게 절대 타격하지 말것을 지시했다. 자칫 투수들이 쓰는 근육을 쓰는게 아니기 때문에 자칫 타격을 하다가 부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

허나 고우석은 초구를 지켜본 뒤 2구째를 휘둘러 파울을 만들었고, 3구째 볼을 잘 골라내더니 4구째 투수쪽으로 가는 안타성 타구를 쳤다. 이대호의 멋진 수비로 투수앞 땅볼. 이대호와 고우석은 서로 껴안으며 특별한 매치를 마무리했다.

당시 상황을 고우석에게 물었다. 그는 홈런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우석은 "감독님께서 대기 타석에 있을 때 계속 치지말라고 말씀을 하셨다"면서 "하지만 나는 초구를 확인하고 2구째 승부를 걸 생각을 했다"라며 웃었다.


고우석과 포옹 나누는 이대호.
처음으로 타격을 했는데도 좋은 스윙을 한 이유는 몸을 풀 때 스윙으로 풀기 때문이라고.

고우석은 "타격하는 것을 꿈꿔왔다. 타석에 들어가서 투수의 공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투수로 입단했지만 투수로는 1군에서 던져보지 못하고 타자로만 뛰었던 이대호가 마지막 경기서 투수의 한을 풀었을 때 고우석은 타석에 서고 싶은 꿈을 이룬 것.


숱한 위기에 등판해서도 150㎞가 넘는 공을 아무렇지 않게 뿌리는 고우석이지만 타석에서의 느낌은 분명히 달랐다. 고우석은 "많은 관중에 타석에 들어가니까 투수할 땐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타석에 서니 다리가 떨리더라"라며 당시의 느낌을 말했다.

홈런을 노렸다. "마음 속으로는 앞에서 툭 걸려서 넘기려고 했다"는 고우석은 "그림이 만들어 지려니 투수쪽으로 갔다. 처음엔 전력질주를 했는데 잡히자 마자 에잇. 타자들의 마음이 이해 되더라"라며 당시의 아쉬웠던 마음을 밝혔다.

둘 다 진심으로 던지고 쳤기에 이대호 은퇴 경기 최고의 장면이 만들어졌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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