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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6번째 '배리 본즈 타입'의 고의4구, 유일한 실패 사례 됐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10-14 16:45 | 최종수정 2022-10-14 17:01


휴스턴 애스트로스 요단 알바레스가 14일(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6회말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리고 홈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주자가 1루에 있을 때 고의4구를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도 2사 1루에서 지시하는 것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2사 1루서 고의4구는 공격 팀에게 '공짜'로 득점권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14일(이하 한국시각)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휴스턴이 3-2로 앞선 8회말 공격. 2사 1루서 요단 알바레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한데 3루쪽 시애틀 더그아웃에서 스캇 서비스 감독이 손가락 4개를 펴보이며 투수 안드레스 뮤노즈에게 고의4구를 지시했다. 알바레스를 그냥 내보내고 2사 1,2루서 다음 타자를 상대하라는 것이었다.

1점차 뒤진 상황에서 점수가 더 벌어질 수도 있는데 서비스 감독은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디비전시리즈 1,2차전서 알바레스가 보여준 타격감이 무섭기 때문이었다.

알바레스는 지난 12일 1차전에서 5-7로 뒤진 9회말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리며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장면을 연출했다. 2사 1,2루서 로비 레이의 93마일 한복판 투심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며 휴스턴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날 2차전에서는 1-2로 뒤진 6회말 2사 1루서 좌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상대 선발 루이스 카스티요가 바깥쪽으로 던진 98마일짜리 투심을 그대로 밀어때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휴스턴이 4대2로 이겨 이 홈런이 역전 결승타가 됐다. 2경기 연속 역전 결승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6회 이후 역전 홈런을 2개나 날린 건 알바레스가 처음이다.

8회말 다시 알바레스의 타석이 돌아오자 시애틀 벤치는 지레 겁을 먹고 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오판이었다. 다음 타자 알렉스 브레그먼이 우측으로 안타를 터뜨려 2루주자 제레미 페냐가 홈을 밟아 4-2로 점수는 더 벌어졌다.

경기 후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8회 고의4구 상황에 대해 "배리 본즈 타입의 일이 벌어졌다. 그건 궁극적인 존경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베이커 감독은 1993~2002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고 본즈와 10년을 함께 했다.


포스트시즌서 주자 1루 상황에서 고의4구를 얻은 건 알바레스가 역대 6번째다. 1937년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뉴욕 자이언츠 멜 오트, 1970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프랭크 로빈슨, 1979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윌리 스타젤, 그리고 2002년 월드시리즈 6차전과 200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샌프란시스코 본즈가 주자 1루 상황에서 공짜로 걸어나갔다.

이 5번의 고의4구 작전은 수비 팀 입장에선 성공이었다. 즉 이날 알바레스를 공짜로 출루시킨 시애틀이 처음으로 실점의 아픔을 맛본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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