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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3년째 가을야구에 나섰던 투수. 그런데 실전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8일 KIA전(1⅔이닝 34개) 10일 NC전(1⅔이닝 23개), 11일 LG전(2⅔이닝 31개) 등 나흘 동안 3경기서 88개의 공을 뿌렸다.
올시즌 중간 계투로만 나와 전체 경기의 절반이 넘는 76경기에 등판해 80⅔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 중 경기수는 2위, 이닝은 1위였다. 그만큼 많이 나와 팬들 사이에선 '또민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올시즌 많이 던지기도 했고, 막판에 집중적으로 나왔기에 곧바로 이어진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체력과 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
이 감독으로서는 승리와 선수 보호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김민수가 나서서 등판을 자청했다고. 경기전 불펜에서 공을 뿌리고 있을 때 이 감독이 그를 찾아왔다. 그는 대뜸 이 감독에게 "포스트시즌에서 꼭 던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수는 "포스트시즌에 너무 던지고 싶었다. 작년, 재작년에 엔트리엔 들어갔지만 내가 부족해서 등판할 기회가 없었다"며 "올해는 조금 더 잘해서 가을야구 때도 팀이 이길 때나 보탬이 되게 던지고 싶었다"라고 자청한 이유를 말했다.
이 감독은 "괜찮겠냐"라고 물어보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팀이 이기고 있으면 무조건 네가 나가야 한다. 나가는 건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팀이 3-2로 앞선 6회초 1사후 선발 소형준이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자 이 감독은 김민수를 호출했다.
안타 1개만 맞아도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민수는 위기를 막아야한다는 부담보다 포스트시즌에 나선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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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6번 김선빈을 유격수앞 땅볼, 7번 황대인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고 위기를 쉽게 탈출했다.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7회초에도 오른 김민수는 1사후 9번 박찬호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2루 도루를 허용한 뒤 1번 류지혁을 볼넷으로 내보내 1,2루의 위기를 맞고 2번 이창진을 상대했다.
김민수는 "창진이 형과 정규시즌 때 몇 번 상대해서 내가 조금 더 성적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자신있게 들어갔다"면서 "다행히 우익수 플라이가 나왔다"라고 했다.
첫 포스트시즌 등판의 백미는 3번 나성범과의 대결.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은 뒤 끝내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당시 불펜에서 왼손인 웨스 벤자민이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성범 때 교체되지 않을까 했으나 이 감독은 김민수를 믿었다. 정규시즌 상대전적도 5타수 무안타로 김민수가 강했다.
김민수는 "정규시즌 때 성범이 형과 주자가 있을 때 상대해서 삼진 잡은 기억이 있어서 (장)성우형의 미트만 보고 던졌는데 잘 떨어져서 삼진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라고 했다.
김민수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은 1⅔⅔이닝 1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포스트시즌 첫 홀드가 찍혔다.
김민수가 6,7회를 잘 넘기면서 KT는 1점차의 리드를 지켜갔고, 8회말 배정대의 3타점 2루타로 6대2로 승리할 수 있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민수는 "포스트시즌에 등판을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힘든 것을 몰랐다. 열심히 준비했고, 결과까지 좋아서 지금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일 때 이 감독이 지나가면서 "민수야 너밖에 없다"라며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김민수는 이에 "최고의 찬사 아닌가. 선수한테는 그런 말들이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라고 이 감독의 말에 화답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