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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노히터 행진이 이어지던 7회초 1사후 좌타자 비마엘 마신이 풀카운트에서 7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파울로 걷어냈다. 끈질긴 타격에 지쳤는지 오타니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8구째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전담 포수 맥스 스타시의 사인에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타니는 5번째 사인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8구째를 던졌다. 바깥쪽 높은 코스로 날아가는 슬라이더였다. 마신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오타니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5연승을 달린 오타니는 시즌 15승(8패) 고지에 올랐다. 아메리칸리그(AL) 다승 공동 3위. 또한 평균자책점을 2.35로 낮추며 이 부문 리그 4위, 탈삼진은 10개를 보태 213개로 리그 3위로 각각 점프했다. 특히 투구이닝 161이닝을 마크, 1이닝을 보태면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시즌 규정이닝(162)을 채우게 된다.
타석에서도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자신의 커리어 기록인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타석에서는 타율 0.275, 34홈런, 94타점의 기록이다.
사이영상은 양 리그를 합쳐 유일한 1점대인 1.80의 평균자책점으로 17승을 따낸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오타니의 활약상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이날 경기 후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대행은 "오타니가 오늘 노히터를 했다면 MVP 논쟁이 좀더 흥미롭게 전개됐을 것"이라고 했다.
MLB.com은 'AL MVP 레이스가 훨씬 뜨거워지게 생겼다. 오타니가 생애 최고의 투구를 펼쳐 보였다. AL에서 가장 많은 10번의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펼쳤으며, 탈삼진 비율도 가장 높다'며 'AL 사이영상을 놓고 딜런 시즈, 벌랜더, 알렉 마노아 등 톱클래스 후보들과 경쟁하는 관계'라고 전했다.
오타니는 탈삼진 비율이 33.1%로 AL 1위다. 643타자를 맞아 213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 수치가 양키스 게릿 콜이 32.2%로 2위, 탬파베이 레이스 셰인 맥클라나한이 31.0%로 3위다. 오타니가 사이영상을 향해 어필할 수 있는 부문이다. 현실적으로는 벌랜더에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인상적인 피칭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타니는 경기 후 "작년에 MVP를 받았지만, 올해는 더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하는 기자분들이 더 전문가일테니 그들에게 결과를 맡기겠다"며 MVP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그는 저지의 홈런 기록에 대해 "저지의 홈런도 재밌다. 61홈런 치는 걸 봤다. 야구팬으로서 그의 플레이를 본다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