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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마침내 61홈런을 때리며 로저 매리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시즌 61호 홈런을 터뜨린 29일에도 그는 4타수 1안타 1볼넷의 기록이 말해주 듯 결코 쉽지 않은 환경에서 대기록 사냥에 나섰다.
저지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미치 화이트의 철저한 유인 작전에 말리지 않고 신중하게 볼넷을 얻어냈다. 2회에는 무사 1,2루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타구는 꽤 잘 맞아 나갔다. 3회 1사 2,3루서는 한복판 직구를 공략하다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풀카운트에서 6구와 7구 스트라이크를 파울로 걷어내는 끈질김을 발휘한 뒤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물론 피하지 않고 과감한 승부를 택한 메이자의 공격적인 피칭도 인상적이었다. 이 홈런은 발사각 22도, 타구속도 117.4마일, 비거리 394피트였다.
저지는 지난 2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시즌 60호 홈런을 터뜨린 뒤 7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해당 기간 31타석 19타수 5안타에 그치면서 볼넷을 12개나 기록했다.
보통 대기록을 앞두고는 두 가지 심리가 작용한다. 당사자는 아무리 여유를 가지려 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스윙이 신중해지거나 급해지는 것 둘 중 하나다. 저지는 전자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상대 팀의 견제 심리다.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내주는 건 '치욕'이 아니더라도 결코 영광스러운 일도 아니다. 토론토 벤치나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토론토는 1승이 아쉬운 입장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이 치열하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최근 저지의 타격에 대해 "상대의 견제를 뚫는 동안 저지가 모든 집중력을 동원해 보여준 신중함과 일관됨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결국 그는 달성할 것이다. 좋은 타석을 쌓아간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분 감독의 예상과 평가는 정확했다.
상대가 저지를 거르는 건 승부의 세계에서 '미덕(美德)'이다. 그리고 인내와 신중함으로 그걸 뚫은 저지의 새 기록은 더 값지다. 역대 타자 중 최고의 시즌(Great of All Time)이라 부를 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