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저지를 4구로 거른 건 '미덕', 그걸 인내로 뚫은 건 'GOAT'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09-29 09:01 | 최종수정 2022-09-30 04:27


애런 저지가 61홈런을 친 뒤 동료 내야수 오스왈도 카브레라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마침내 61홈런을 때리며 로저 매리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60홈런에서 홈런 1개를 보태는데 8경기, 35타석이 걸렸다. 심리적인 압박감과 상대의 철저한 견제를 극복한 인내와 신중함이 낳은 결과다.

저지는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각)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5타석에 들어가 1타수 무안타 볼넷 4개를 기록했다. 토론토는 저지 타석에서 철저한 유인구와 코너워크로 승부했다. 1경기 4볼넷은 올시즌 처음이었다. 경기 후 저지는 "매일이라도 승리를 위해 4볼넷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여유있게 받아들였다.

시즌 61호 홈런을 터뜨린 29일에도 그는 4타수 1안타 1볼넷의 기록이 말해주 듯 결코 쉽지 않은 환경에서 대기록 사냥에 나섰다.

저지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미치 화이트의 철저한 유인 작전에 말리지 않고 신중하게 볼넷을 얻어냈다. 2회에는 무사 1,2루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타구는 꽤 잘 맞아 나갔다. 3회 1사 2,3루서는 한복판 직구를 공략하다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7회초 4번째 타석에서 인내의 결실을 맺었다. 선두 애런 힉스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자 로저스센터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저지는 좌완 팀 메이자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인 끝에 8구째 94.5마일 한복판 투심을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라인드라이브로 넘어가는 투런 아치로 연결했다.

풀카운트에서 6구와 7구 스트라이크를 파울로 걷어내는 끈질김을 발휘한 뒤 실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물론 피하지 않고 과감한 승부를 택한 메이자의 공격적인 피칭도 인상적이었다. 이 홈런은 발사각 22도, 타구속도 117.4마일, 비거리 394피트였다.

저지는 지난 2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시즌 60호 홈런을 터뜨린 뒤 7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해당 기간 31타석 19타수 5안타에 그치면서 볼넷을 12개나 기록했다.


보통 대기록을 앞두고는 두 가지 심리가 작용한다. 당사자는 아무리 여유를 가지려 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스윙이 신중해지거나 급해지는 것 둘 중 하나다. 저지는 전자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상대 팀의 견제 심리다. 역사에 남을 기록을 내주는 건 '치욕'이 아니더라도 결코 영광스러운 일도 아니다. 토론토 벤치나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토론토는 1승이 아쉬운 입장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이 치열하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최근 저지의 타격에 대해 "상대의 견제를 뚫는 동안 저지가 모든 집중력을 동원해 보여준 신중함과 일관됨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결국 그는 달성할 것이다. 좋은 타석을 쌓아간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분 감독의 예상과 평가는 정확했다.

상대가 저지를 거르는 건 승부의 세계에서 '미덕(美德)'이다. 그리고 인내와 신중함으로 그걸 뚫은 저지의 새 기록은 더 값지다. 역대 타자 중 최고의 시즌(Great of All Time)이라 부를 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