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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낙 없는 두산 팬 웃게 만든 차세대 에이스, 동갑내기 그 친구 미소 짓게 한 신인왕 유력 후보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2-09-15 10:05


두 친구가 힘을 합해 8이닝 무실점. 곽빈과 정철원이 7회 임무를 교대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어차피 신인왕은 (정)철원이가 탑니다." 경기 후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곽빈이 자신있게 단언했다. 승리를 지켜준 정철원을 보며 곽빈이 웃었고, 두 영건의 멋진 투구에 두산 팬들이 환호했다.

14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 곽빈이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타격 1위의 LG 타자들을 상대로 6⅓이닝 5안타 2볼넷 6탈삼진으로 압도했다.

최고 구속 155km의 위력적인 속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곁들인 곽빈의 볼배합에 LG 타선이 꽁꽁 묶였다. 8월 21일 경기에서도 곽빈은 LG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2경기 연속 곽빈이 메가트윈스포 타선을 압도했다. LG로서는 선발투수 곽빈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를 기대해야 할 것 같았다.


155km 광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한 곽빈
LG에게도 기회가 왔다. 7회 오지환과 문보경의 연속 안타로 1사 1, 2루가 되자 김태형 감독은 곽빈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총투구수는 101개.

다음 투수는 정철원.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한 스물세 살 늦깎이 새내기다. 정철원은 유강남 타석에서 대타로 나온 문성주를 삼진으로 잡은 후 가르시아를 내야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가볍게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7회초 1사 1, 2루 곽빈이 교체된 후 정철원이 두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한 후 담담하게 내려왔다.

이날 정철원을 짜릿하게 만든 건 곽빈의 미소
정철원은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매력에 대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고 들어오면, 교체된 투수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긴다. 그때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정철원을 반긴 곽빈도 입이 귀에 걸렸다. 정철원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범타로 요리하며 두산의 5대0 승리를 지켜냈다.

곽빈과 정철원은 2018년 함께 두산에 입단한 99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8이닝을 무실점으로 합작한 두 선수의 후반기 기세가 무섭다.

곽빈은 후반기로 갈수록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다. 전반기 16경기에서 3승7패 평균자책점 4.43에 그쳤던 곽빈은 후반기 7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하고 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4번이나 기록했다. 두산의 차세대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모습이다.

정철원은 육군 포병 예비역이다. 2018년 2차 2라운드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동기생 곽빈과 달리 1군에 올라갈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19년 겨울 육군 포병으로 입대해 지난해 6월 전역했다.

두산으로 다시 돌아온 정철원의 신분은 육성선수였다. 하지만 잠재력이 폭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체 밸런스가 안정되자 구속이 10km 이상 올라갔고, 192cm의 키를 이용한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위력적인 구위가 통하기 시작했다.

5월 6일 1군 첫 등판 후 49경기 4승 3패 3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2.42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정철원은 단숨에 신인왕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어느새 두산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고 힘으로 눌러버리는 자신감 넘치는 정철원은 선발 투수의 자질도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위에 머무르고 있는 두산의 가을 야구를 올해는 보기 힘들 듯하다. 매년 가을 잔치에 초대됐던 두산팬들의 허탈감도 클 수밖에 없다.

곽빈과 정철원이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두산 팬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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