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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도류의 투타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노력의 산물일까.
스피드는 포심(four-seamer)과 비슷하지만, 공끝의 변동폭은 꽤 크다.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살짝 휘면서 떨어지기 때문에 땅볼 유도에 적합하다.
오타니가 싱커를 처음 실전에서 구사한 건 지난달 16일(이하 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전이다. 당시 97개의 공 가운데 투심이 6개였다. 4개가 볼이었고, 1개는 땅볼 유도, 나머지 1개는 삼진에 쓰였다. 이어 28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도 6개의 투심을 던졌다.
그리고 지난 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18개의 투심을 배합해 8이닝 6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59개를 던진 슬라이더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스피드는 최고 100.6마일(161.9㎞), 평균 97.5마일을 찍었다. 스트라이크 7개, 볼 7개, 파울 1개, 뜬공 1개, 안타 2개였다.
오타니는 그날 경기를 마치고 "전반적으로 투심 구사가 잘 됐다.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운이 없었던 것"이라며 "원하는 지점에 제구가 잘됐고, 많이 던질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대행은 "오타니가 투심이 매우 지저분하게 잘 들어갔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특별한 투수조차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구종이었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흐름을 탈 줄 아는 투수다. 농구로 치면 래리 버드,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같다. 오타니는 자기가 갖고 있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동료 투수인 패트릭 산도발은 "오타니가 한 것 중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없다. 그는 유니콘이다. 무엇을 하든, 얼마나 빨리 하든 그는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LA 타임스는 '오타니가 효과적인 투심을 보여줬지만, 에인절스 클럽하우스에서 그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며 '새로운 구종 장착은 오타니가 점점 더 발전하는 이도류라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켜준다. 작년 아메리칸리그 만장일치 MVP인 오타니는 올시즌 애런 저지와 함께 MVP 유력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작년 시즌 커터를 새 구종으로 장착해 볼배합의 다양화를 꾀했다. 올시즌 오타니의 구종은 포심,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커터에 투심까지 6개로 늘었다. 오타니가 투심을 누구한테 배웠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꾸준히 연습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들어 불펜피칭 때 집중적으로 연마한 뒤 8월 들어 실전에 장착해 성공했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가 야구에 관해서는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