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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역대 최고의 교타자 외국인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세월이 야속했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4·두산 베어스)는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됐지만, 최근 부진했던 페르난데스를 향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상 신호는 지난해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페르난데스는 141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했다. 안타는 170개를 때려냈지만, 확실히 타격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두산은 재계약을 고민했지만,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타율 4할4푼7리(47타수 21안타)를 기록하면서 역대 7번째 단일 포스트시즌 20안타 이상을 친 타자가 됐다.
완벽하게 타격감을 회복한 모습에 두산은 연봉 동결로 재계약을 했다.
올 시즌 페르난데스의 페이스는 더욱 좋지 않았다. 6월까지 타율이 3할1푼에 머물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준수한 성적이지만,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수비 활용도까지 떨어져 두산으로서는 아쉬움이 더 컸다.
7월 한 달 19경기에서 타율 3할6푼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타격기계'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지만, 8월부터 다시 타격감이 뚝떨어졌다.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이 1할6푼2리에 그쳤다. 결국 3할 타율도 깨졌다.
정확성이 떨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주자 1루 상황에서 페르난데스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올 시즌 113경기에 나선 페르난데스가 기록한 병살타는 30개. KBO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페르난데스와 병살타는 항상 함께 했다. 역대 병살타 2위와 3위 모두 페르난데스가 가지고 있다. 2020년 26개, 2021년 25개다. 페르난데스가 4시즌 동안 기록했던 병살타는 97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다다.
결국 시즌 막바지 김태형 두산 감독도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것. 김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고, 공이 외야로 날아가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병살 위험이 적은 주자 2루나 3루 상황에서 대타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외국인 타자를 마냥 대타로만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 더욱이 지난 3년 간 두 자릿 수를 기록했던 홈런은 올해 6경기 머무르고 있다. 매년 4할대를 기록했던 장타율도 0.383에 그쳤다.
페르난데스는 KBO리그에서 통산 699개의 안타를 때려내면서 제이 데이비스(979안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700안타 돌파를 앞두며 외인 역사를 향해 갔다. 그러나 두산으로서는 페르난데스의 동행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