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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아, 준우야 눈 마주치지 말자"…어쩌면 24경기, 조금씩 와닿는 '마지막' [잠실 인터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9-02 23:03 | 최종수정 2022-09-03 03:23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가 16대4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마친 이대호가 팬들의 환호에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9.02/

[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마지막 은퇴식 때는 눈 마주치지 말자고 했어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 '잠실 두산전'을 마쳤다. 이대호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두산과 홈인 부산에서 경기는 남아있지만, 잠실에서 두산을 상대하는 건 마지막. 이대호는 화려하게 빛났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이대호는 네 번째 타석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7회에는 홈런까지 날렸다. 2사 만루에서 두산 투수 김동주의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이대호의 시즌 18호 홈런. 개인 통산 11번째 만루포다.

이대호의 활약을 앞세운 롯데는 16대4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경기를 마친 뒤 이대호는 만루 홈런 상황에 대해 "홈런이라고 생각했지만, 바람이 잘 못 불면 안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들어오길래 홈런인가 했다"라며 "후배들이 찬스를 만들어주니 기회가 왔다. 오늘은 연패를 끊어서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369개의 아치를 그렸다. 이 중 만루에서 날린 건 11개에 불과하다. 이대호는 "홈런은 쉽지 않은 것"이라며 "특히 4번타자로 나섰기 때문에 상대가 찬스 때에는 힘들게 공을 던진다. 내가 홈런 스윙을 하는 타자도 아니었던 만큼,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홈런 욕심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전에는 이대호를 위한 커피차가 와 있었다. 이대호는 "너무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커피차를 봤는데, 몰랐던 상황에서 선물을 받으니 좋았다. 마지막에 많은 선물도 보내주신다. 매년 감사함을 느끼지만, 올해는 더 크게 느껴졌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이대호는 6회 2루에 있던 이대호는 한동희의 안타 때 전력질주를 해 홈을 노렸다. 그러나 좌익수 김재환의 홈 송구가 정확하게 들어갔고, 이대호는 아웃이 됐다.

이대호는 "(한)동희에게 미안하다. 최선을 다했는데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라며 "대선배라 그런지 인상은 안쓰더라. 나나 동희나 못 들어오는 건 마찬가지일 거 같다"고 웃었다. 이어 "동희한테 미안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제 24경기면 이대호는 현역 선수 유니폼을 벗는다. 가을야구에 가면 몇 경기는 더 뛰겠지만, 조금씩 '선수 이대호'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대호는 "24경기 남았는데 하루하루 줄어드는게 빨리 줄어드는 거 같다. 무서운 선배가 없어서 좋아하는 후배도 있겠지만, 힘들게 함께 야구했던 후배는 아쉬워하더라. (전)준우, (정) 훈이에게 마지막 은퇴식 때에는 눈 마주치지 말자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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