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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거물' 조상우가 비운 마무리 자리. 한 사람만으로 메우긴 힘들다.
김재웅은 이날 경기 전 감독과 면담 후 마무리 보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8회 처럼 9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보직 변경 첫날인 3일 고척 SSG전. 곧바로 세이브 기회가 찾아 왔다.
만만치 않았다. 선두 타자 최지훈에게 안타를 맞은 뒤 최 정에게 1B0S에서 2구째 142㎞ 빠른 공을 던지다 좌월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이제 단 1점 차 리드.
고난은 끝이 아니었다. 한유섬을 7구째 풀카운트 승부끝에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무사 1루.
박성한의 진루타와 최근 뜨거운 김강민의 고의 4구로 1사 1,2루. 이제 안타 하나면 동점을 내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김재웅은 침착했다. 대타 김성현을 빠른 공으로 좌익수 뜬공, 이재원을 체인지업 승부로 땅볼 처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잊을 수 없는 시즌 첫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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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11일 사직 롯데전 데뷔 첫 세이브 이후 무려 479일 만에 추가한 통산 두번째 세이브. 앞으로 차곡차곡 쌓아갈 마무리 역사의 실질적 출발점이다.
김재웅은 의외로 담담했다. "이기고 있어서 막자는 생각만 했다. 마무리 투수로 올라왔지만 팬들의 응원소리가 커진 것 외에는 8회 등판과 같았다. 무사 1루에 주자를 더 쌓으면 안될 것 같아 빠르게 승부를 하려다 홈런을 맞았다. 이후에는 추가실점 하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어렵게 승부를 가져갔고 결과가 좋았다"며 나름 계산된 과정 속에 나온 결과였음을 암시했다.
27홀드로 생애 첫 타이틀을 눈 앞에 뒀던 김재웅. 아쉬움을 없을까.
그는 "솔직히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며 "감독님께서 한단계 상승한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마무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던지겠다. 그리고 앞으로 마무리로 나가는 모든 경기를 이겼으면 좋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긍정적이고 담대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대목.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매김할 재목이다.
첫 단추는 험난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첫 세이브를 만들어낸 좋은 결과가 향후 승승장구의 출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세이브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