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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이 WBC 감독이라고?" 日에서 '깜짝' 놀란 양현종의 스승[무로이칼럼]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7-25 12:32 | 최종수정 2022-07-26 07:25


이강철 KT 감독(왼쪽)과 칸베 토시오 전 KIA 코치.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감독에 KT 위즈 이강철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강철 감독은 신생 구단인 KT를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는 팀으로 이끌고, 작년에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시켰다. 대표팀 감독이 잘 어울리는 명감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이강철 감독에게도 초보지도자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를 아는 한 일본인 야구인은 이강철 감독의 대표감독 취임에 놀람과 동시에 큰 기쁨을 표했다.

칸베 토시오씨는 2008년부터 2시즌 동안 KIA 타이거즈에서 투수코치를 맡은 일본인 지도자다. 그 때 KIA의 불펜 투수코치가 이강철 감독이었다. 칸베씨는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저와 같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2008년 부산원정. 아침 식사 시간때 칸베씨는 이강철 코치(당시)가 칸베씨의 지도법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을 알았다. 사실은 이강철 코치가 그렇게 느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당시 칸베씨는 65세, 이강철 코치는 42세. 부자처럼 나이 차가 있는 둘의 생각이 일치하는 게 쉽지 않았었다. 또 칸베씨는 온화한 분위기가 있지만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는 스타일의 코치였다. 한국에 오기 직전해에는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테리 콜린스 감독과 의견 대립이 있어 투수코치를 그만두기도 했었다.

칸베씨의 생각은 이랬다. "투수 코치에게는 휴일은 없다." 젊은 투수에게 쉬는 날 없이 엄격하게 훈련을 시키는게 칸베식이었다. 그 칸베씨의 지도 덕분에 양현종이라는 대투수가 탄생했지만, 모든 투수에게 그 방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이강철 코치에게는 있었다.

칸베씨는 한국을 떠난 이후도 이강철 코치가 자기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10년 후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강철 감독이 두산 베어스의 코치였던 2018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만난 마쓰야마 히데아키 전 KIA코치(현 소프트뱅크 코치) 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칸베씨와 만난 것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도자는 어린 선수들에게 열정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칸베씨에게서 배웠습니다.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고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몇 번이나 칸베씨에 대한 감사를 전한 적이 있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느끼는 감사의 감정이었다.


칸베씨는 이강철 감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IA 코치 시절은 항상 연구하는 자세가 대단했어요. KT에서 감독이 된 이후 저는 인터넷을 통해 가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현직 감독으로서 갖고 있는 승부감각, 항상 연구할 자세, 그리고 칸베씨의 영향을 받은 선수와의 소통. 단기전인 국제대회 감독에게 필요한 요소를 이강철 감독은 갖고 있다. 그런 이강철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는 것에 대해 칸베씨는 "기대가 돼 죽겠어!"라고 소리를 지르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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