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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국 포수들의 수준이 낮지 않다. 의사소통만 해결되면, 실력 면에선 해볼만하다."
동양인 포수의 미국 도전은 의사소통의 벽에 부딪히곤 했다. 한국 뿐 아니라 조지마 켄지 등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포수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엄형찬은 포수로서의 기량 뿐 아니라 능숙한 영어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호평받고 있다.
엄형찬의 아버지 엄종수 경기상고 코치는 스포츠조선에 "(엄)형찬이가 어릴 때부터 미국에 가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유소년야구 국가대표팀에 뽑혀 미국에 갔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네 마음이 그렇다면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둬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미국 야구팀 입단 자체에 감격하던 '박찬호 키즈'의 시대는 지났다. 류현진 이후 KBO리그에서 FA로 보다 여유를 갖고 도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하지만 '미국 직행'의 꿈은 여전히 달콤하다. 장재영(키움 히어로즈) 나승엽(롯데 자이언츠)처럼 마지막 순간 KBO리그로 마음을 돌린 선수도 있지만, 지난해 서울 연고 1차 지명이 유력했음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서울컨벤션고 외야수 조원빈의 사례도 있다. 올해도 덕수고 심준석이 보라스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고 미국 직행을 타진 중이다.
엄 코치는 "형찬이 본인이 미국에 가고 싶어했고, 실제로 제안이 왔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본인 생각이 워낙 확고했다"면서 "캔자스시티는 덕수중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본 팀"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본 엄형찬의 가능성은 어떨까. 엄 코치는 "내가 포수 출신이라 그런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캔자스시티에서 아들의 가능성을 잘 봐줘서 고맙다"면서도 "잠재력이 있고, 포수로서의 기본기는 잘돼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잘 입혀지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형찬은 키 1m83, 체중 83㎏의 당당한 체격을 갖췄다. 신입생 때부터 주전 안방마님을 꿰차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원주고 김건희, 경남고 김범석과 함께 올해 신인 드래프트 포수 자원 빅3, 혹은 그보다 앞선 넘버원 포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엄형찬의 선택은 미국 직행이었다.
올해 고교야구 성적은 15경기 출전, 타율 4할5푼2리(62타수 28안타) 3홈런 2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94다. 타격 외에 포수로서 도루 저지력과 강견 역시 탁월하다.
포수는 '기피 포지션'이다. 직접 경험한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느낀다. KBO 레전드 포수인 진갑용 KIA 코치의 아들 진승현(롯데 자이언츠)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권유에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절대 내가 시킨 게 아니다. 나도 '포수는 힘드니까 하지마라' 했다. 그런데 형찬이가 포수에 매력을 느끼고 정말 좋아하더라. 그러다보니 뭘 가르쳐도 더 적극적으로, 빠르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한국인 포수 메이저리그 도전사
이름=입단년도=당시 소속팀(메이저리그 기준)
권윤민=1999=시카고 컵스
엄종수=2001=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장재형=2007=미네소타 트윈스
신진호=2009=캔자스시티 로열스
김성민=2011=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심현석=201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엄형찬=2022=캔자스시티 로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