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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은 누구?'…양현종vs안우진, 부상 우려→견제사→실책에도 미동없던 '자존심 싸움' [고척리포트]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6-29 20:56 | 최종수정 2022-06-29 21:26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키움 안우진과 KIA 양현종이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6.29/

[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리그 최고 투수의 자존심이 걸린 맞대결. 견제사부터 실책까지, 거듭된 돌발 상황에도 흔들림없는 0의 행진이 7회까지 이어졌다.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대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평균 154㎞ 강속구'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맞붙었다. 사실상 KBO리그 'No.1' 투수를 다투는 대결이었다.

양현종은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의 투수. 지난해 숙원이던 미국 무대를 경험한 뒤 고향팀으로 돌아왔다. 특히 제구와 커맨드 면에서는 최고로 인정받는다. 반면 안우진은 올해 23세에 불과하지만, 직구 구속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톱10'급으로 평가받는 강속구 투수다. 지난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전에서 전광판 기준 160㎞의 구속을 기록,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이날 경기전까지 평균자책점도 2.34로 리그 4위를 기록중이었다.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5회말 1사 1루 김준완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은 양현종이 한승택을 향해 손짓하며 웃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6.29/
자존심이 걸린 맞대결답게 '0의 행진'이 길게 이어졌다. 경기 흐름을 흔드는 고비도 몇차례 있었다. 매순간 뜨거운 함성이 양측 관중석에서 터져나왔다.

양현종은 3회말 이정후의 타구가 왼손에 스치는가 하면, 4회말에는 송성문의 1루 땅볼 때 왼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1루 베이스 커버에 늦는 등 거듭된 부상 위기를 겪었다. 5회말 선두타자 이지영의 유격수 강습 땅볼을 박찬호가 떨어뜨리는 실책도 나왔다.

안우진 역시 멘털이 흔들릴법 했다. 1회말 2사 1,2루 찬스에선 베테랑 이용규가 양현종의 수싸움에 말려 삼진당했다. 4회말 2사 1,2루. 보기 드문 득점 찬스에서 '1루 주자' 김수환이 KIA 포수 한승택의 견제에 걸려 아웃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현종도, 안우진도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살얼음 같던 승부의 흐름은 7회말 비로소 깨졌다.

키움의 끈질긴 노크가 기어코 구멍을 만들어냈다. 앞서 안우진이 7회초까지 2안타 2볼넷 무실점, 투구수 108구로 경기를 마친 뒤였다. 안우진에게 승리를 안겨줄 마지막 기회였다.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6회초 무사 이창진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자 안우진이 기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6.29/

선두타자 이용규가 2스트라이크를 먼저 당하고도 끈질기게 볼을 골라내며 출루했다. 이어 김수환은 완벽한 희생번트로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양현종은 김웅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듯 했다. 하지만 36세, 리그 15년차 베테랑 포수 이지영이 1-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무리없이 살짝 공을 걷어올렸고, 2루수 김선빈의 키를 살짝 넘기는 적시타가 됐다. 양현종은 김혜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양현종의 최종 기록은 7이닝 5안타 2볼넷 1실점, 102구였다.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7회말 2사 2루 이지영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나가 기뻐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6.29/
두 투수는 지난 11일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에는 양현종이 6이닝 2실점을 기록, 6이닝 4실점의 안우진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경기 역시 KIA가 5대2로 승리했었다.

안우진으로선 18일만의 재회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멋지게 설욕에 성공한 셈. 나란히 7이닝, 삼진만 16개(양현종 9개, 안우진 7개)를 주고받은, 숨막히는 명품 투수전이었다. 키움은 소중한 1점을 끝까지 지켜내며 승리, 4연승을 질주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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