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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키움 이정후(24)는 못하는 게 없는 선수다.
22일 삼성전에는 공-수에 걸쳐 북치고 장구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1회초 선제 투런포로 팀에 2-0 리드를 안겼다. 2회말 2사 1,2루 위기에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성 타구를 악착같이 달려나와 기막힌 슬라이딩 캐치로 기어이 잡아내며 리드를 지켰다. 이정후의 호수비로 안타를 빼앗기며 40타석 째 무안타가 된 삼성 김헌곤은 이 장면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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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으로 앞선 5회초 2사 1,2루.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백정현의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졌다.
패스트볼로 판단하고 배트를 내밀던 이정후는 공이 꺾이자 또 한번 특유의 감각으로 기어이 안타성 타구를 생산했다. 순간 자세를 낮춰 던지듯 내민 배트에 맞은 공이 좌중간 빈 공간으로 향했다. 적시타가 될 듯했던 타구. 하지만 좌익수 피렐라가 황소처럼 달려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가까스로 글러브에 공을 넣았다. 상대 슈퍼캐치로 추가 타점을 빼앗긴 이정후는 장갑과 헬멧을 벗으면서 피렐라 쪽을 계속 응시했다.
아쉬움은 당연지사. 자신이 숱하게 빼앗는 상대 타자들의 아픔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적시타가 사라진 그곳을 뚫어져라 계속 바라봤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사실 안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웃은 이정후는 '아쉬워서 계속 쳐다봤느냐'고 묻자 "아니 처음에 좀 다친 것 같았아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아쉬움보다 몸을 던지고 구른 피렐라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눈길이었던 셈.
단 2리 차로 타율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상대 팀 주축 선수. 리그에서 함께 뛰는 동업자 정신을 느끼게 해준 개념 발언이었다.
실력에 인성까지 갖춘 슈퍼스타. 못 하는 게 없고, 부족한 것도 없다. 모든 면에서 리그 현존 최고 스타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