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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 힘들었던 '산책 주루' 심우준은 왜 전력질주를 안했나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6-16 09:36 | 최종수정 2022-06-16 10:17


2022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5회초 KT 심우준이 안타를 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5.21/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과연 다리가 아파서 전력질주를 안했던 것일까.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 15일 수원KT위즈파크. KT가 3회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지만, SSG가 4회 3점을 추격하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KT 입장에서는 3점의 리드가 있지만, 선두 SSG 타선이 워낙 강하기에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빠른 타이밍에 추가점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그렇게 이어진 KT의 6회말 공격. 선두타자는 심우준이었다. 심우준은 SSG 장지훈의 2구째 공을 받아쳤다. 하지만 힘없는 유격수 땅볼. 심우준은 실망한 듯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다. 이를 본 SSG 유격수 박성한은 천천히 공을 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긴장이 풀린 탓인지 공이 높았다. SSG 1루수 전의산이 껑충 뛰어 공을 잡고 내려왔다. 베이스를 밟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결과는 아웃. 심우준은 끝까지 속력을 붙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채 뛰었다.

가정이겠지만 심우준이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했다면, 아니면 공이 높게 오는 걸 본 후 마지막 순간에라도 가속을 붙였다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SPOTV 양상문 해설위원이 곧바로 일침을 날렸다. 양 위원은 "전력질주는 프로 선수들의 기본이다. 타자들의 경우 한 경기 4번만 열심히 뛰면 되는데, 그걸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하며 "스타 플레이어였던 양준혁을 생각해보라. 어떤 타구를 치든 1루까지 전력으로 뛰었다. KBO리그 선수들이 꼭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전력질주는 기본 의무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는 게 당연하다. 원래 느린 선수라면 모를까, 심우준은 KBO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 충분히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죽는다면 누가 이를 감싸줄 수 있을까. 경기를 KT가 이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역전패라도 당했으면 심우준에게 큰 충격이 가해질 뻔 했다. 경기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 발빠른 선두타자가 살아나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혹시 몰라 확인 작업을 거쳤다. 심우준의 몸에 문제가 있어 전력질주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했다. KT 관계자는 "왼쪽 허벅지가 좋지 않다. 테이핑을 하고 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 선수이기에 자신의 재산인 몸을 아끼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그 장면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걸, 만약 허벅지 핑계로 돌린다면 아마 더 큰 비판이 날아들 것이다. 그렇게 뛰지 못할 정도였으면 아예 출전을 포기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어야 한다.

심우준은 KT가 창단 때부터 공들여 키운 미래 프랜차이즈 스타 후보다. 신인 때부터 빠른 발, 강한 어깨, 기대 이상의 펀치력으로 그를 보는 지도자들마다 스타가 될 수 있다며 그를 키울 욕심을 냈다. 하지만 늘 2% 아쉬웠다. 타격에서는 너무 큰 타구를 만드려는 욕심이 컸고, 수비에서는 중요한 순간 클러치 실책을 많이 저질렀다. 그럼에도 KT 감독들의 심우준 사랑은 이어졌고, 심우준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은 KT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됐다.


올시즌 초반 엄청난 페이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 소식이 전해진 후, 페이스가 뚝 떨어지는 모습이다. 올시즌을 마치면 군대에 가야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심리적 타격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라운드에 서있는 동안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실력보다 중요한 게 기본이다. 이를 잘 지켜야 KBO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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