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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주무기는 투심 아닌가. 난 슬라이더 타이밍 생각만 했다. 투수의 장점을 살렸어야했는데…"
선취점은 김재환의 홈런으로 두산이 뽑았다. LG가 오지환의 홈런과 홍창기의 적시타로 뒤집었고, 두산은 강승호의 역전타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LG는 8회말 홍창기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채은성 문보경의 연속 희생플라이라는 '고급 야구'로 기어코 역전승을 따냈다.
"3연패한 날은 진짜 힘들고 집에 가기 싫었는데, 오늘은 경기는 힘들었지만 이겨서 좋다"며 시종일관 활달하게 인터뷰에 임하던 유강남의 표정이 딱 한번 흐려졌다. 강승호의 역전타가 언급됐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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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자 허경민을 병살타로 유도했다. 동점은 됐지만, 사령탑의 의도대로였다.
문제는 다음타자 강승호였다. 유강남은 "강승호가 (정)우영이 공을 좀 치더라. 워낙 직구 성향이 강한 타자다. 슬라이더를 언제 던지게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허경민에게 던진 3구는 모두 투심. 강승호에게도 5구까지 150㎞가 넘는 투심만 계속 던졌다. 강승호는 두번의 파울을 치며 버텼고, 6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전 적시타로 만들어냈다.
"우영이는 투심 투수 아닌가. 슬라이더 사인을 한번 냈는데, 고개를 흔들더라. 그래서 투심을 던졌는데 파울이 됐다. 다시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 또 고개를 흔들더라. 이번엔 강하게 한번더 슬라이더를 요구했는데, 그게 맞은 거다. 우영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투심을 잘 치니까 슬라이더로 승부를 보자'는 내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잘못을 한 거다.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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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남이 아쉬워한 '일요일 경기'는 절친 임찬규가 선발등판한 날이었다. 이날 임찬규는 롯데 자이언츠 상대로 3⅔이닝 만에 3실점한 뒤 교체됐고, 1군에서 말소됐다. 류지현 감독은 "쉴 시간을 준 거다. 열흘 뒤에 다시 올릴 것"이라고 확언했지만, 유강남은 못내 미안함이 남았다.
"관중들의 기에 좀 눌린 것 같다. 경기도 우당탕탕 점수를 주고 시작해서…지금 (임)찬규도 티는 안내지만 마음고생이 심할 거다. 잘하고 싶은데 결과가 안 나오니까. 차분하게 하나하나 준비하면 시즌 후엔 좋은 성적일 거란 자신감이 내겐 있다. 찬규도 스스로를 믿고 잘 준비하길 바란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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