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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 기록 다 뺏기겠어요."
올 시즌 '최다'에 붙은 이 감독의 이름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었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이 감독 이후 새로운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공교롭게도 양현종의 프로 초년생일 때 이 감독은 KIA 투수코치로 있으며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지난 26일 수원 KT전에서 양현종은 이 감독이 보는 앞에서 기록 하나를 세웠다. 6개의 탈삼진을 잡으면서 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이뤘다. 지난 14일에는 KBO리그 역대 최연소(34세 1개월 13일) 2000달성을 한 지 12일 만이다. 타이거즈 소속으로 2000이닝을 넘긴 선수는 이 감독이 유일하다.
양현종의 기록 행진에 이 감독은 "내 기록을 다 뺏기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구단 역사에 이 감독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양현종은 "감독님 기록을 보고 승부욕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깨고 싶은 기록 하나를 밝혔다. 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KBO리그 유일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양현종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앞으로도 또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나도 감독님 밑에서 자라고 배우면서 그 기록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다. 연차가 되다보니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데 이 기록만큼은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록 자신의 기록은 깨지고 있지만, 이 감독은 '제자' 양현종의 활약을 응원했다. 양현종은 현재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상황. 이 감독은 "승리라는 것이 다른 기록과는 다르게 내가 잘 던져서만 될 수 있는게 아니다. 나도 아홉수에 걸려봤다. 승운도 따라야한다. 평균자책점은 자기 능력대로 될 수 있지만, 승리는 기본적인 능력과 운이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이어 "아프지 않으면 (두 자릿수 승리 달성을) 할 거 같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부상이 없어야 할 거 같다. 기본적인 능력은 갖추고 있다. 꾸준하게 나갈 수 있다면, 그 정도 선수는 10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타이거즈의 상징이 될 거 같다. 다승 탈삼진 다 뺏기고 있다. 10년 연속도 가지고 가라고 하라"고 웃으며 "계약 기간 안에는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탈삼진 2000개도 갈 수 있을 거 같다. 1년에 100개는 잡으니 3년을 하면 충분해 보인다"고 자신의 뒤를 이어 전설의 길을 걷는 제자의 활약을 기대했다.
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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