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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行? 후회했죠" 롯데 지명거부→KBO 복귀까지 11년. '첫승'의 무게 [잠실핫피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4-18 08:51 | 최종수정 2022-04-18 08:55


키움 윤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4.17/

[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첫승이 이렇게 힘들구나 싶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생각난다."

고교 졸업 후 프로 첫승까지 11년. 오래 걸렸다. 키움 히어로즈 윤정현의 표정에는 벅찬 기쁨보다 회한이 묻어있었다.

윤정현은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프로 첫승을 올렸다. 2019년 KBO리그에 복귀한지 4년, 2011년 롯데의 신인 지명을 거부하고 미국행을 택한 뒤론 11년만이다.

윤정현은 선발 최원태가 4이닝을 채우지 못하면서 1-2로 뒤진 4회 2사 1,2루에서 구원등판했다. 첫 타자 김인태의 타구는 2루 옆쪽으로 흐르는 안타성 타구. 하지만 유격수 김주형이 막아내며 윤정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키움이 6-2로 뒤집은 5회에도 2루타와 볼넷, 포일로 1사 1,3루 위기에 몰렸지만,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포효했다. 윤정현은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8라운드에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지만, 지명을 거부하고 동국대를 거쳐 2013년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지만, 싱글A에서 허덕였다.

결국 윤정현은 2016년 귀국, 우선 군복무를 마쳤다. 이어 2019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가능성을 인정받아 2차 1라운드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윤정현은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후회도 했다. 지금은 괜찮다. 돌아보니 다 내 길이었나보다 싶다"며 성숙한 속내를 드러냈다.

KBO 생활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윤정현의 1군 등판은 28경기 41⅔이닝에 불과했다. 이대은이나 이학주, 하재훈 같은 '해외파 컴백 동기'들처럼 많은 주목도 받지 못했다.


키움 윤정현. 김영록 기자

윤정현은 "이학주, 이대은 형은 원래 유명한 사람들이니까"라면서도 "늦게 왔으니까 더 잘하려고 하는데 3년간 보여드린게 없다. 1년이라도 더 오래 던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2020년에는 4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1패 평균자책점 8.89의 처절한 실패도 맛봤다. 윤정현에게 1승의 무게감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투구폼을 바꿨다. 조금더 포수에게 집중하는 폼으로 바꾸면서 제구가 잡히기 시작했다. 고교 시절부터 슬라이더가 좋은 선수로 유명했다. 여기에 새롭게 익힌 투심 패스트볼이 차츰 손에 익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윤정현의 등에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같은 99번이 붙어있다. 그를 향한 구단의 기대감이 가득하다.

"다들 공이 좋다고 하는데, 나 자신이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첫승이)좀 늦어진 거 같다. (등번호가)아직 많이 무겁다. 그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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