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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 뭔 일 있어?' 뷰캐넌 도우미의 갑작스러운 흔들림...그에겐 과연 무슨 일이?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4-14 23:43 | 최종수정 2022-04-15 06:25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초 파울 타구에 맞은 삼성 포수 강민호를 뷰캐넌과 한화 하주석이 걱정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14/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다소 늦어진 에이스의 첫 승 신고.

삼성 허삼영 감독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14일 한화전에 앞서 "뷰캐넌의 첫승을 위해 힘을 모아 한마음 한뜻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날 전까지 2전 2패. 내용은 좋았다. 평균자책점이 2.08에 불과했다.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 2일 KT 개막전 6이닝 2실점, 8일 키움전은 7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로 호투했다.

하지만 타선지원이 아쉬웠다. 마운드에 있는 13이닝 동안 득점 지원은 단 1점 뿐이었다.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었다.

첫 승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14일 대구 한화전. 전날 삼성 타선은 올시즌 최다 12득점을 올리며 대폭발했다. 상대 한화 선발은 통산 1승도 없는 4년 차 우완 박윤철. 하지만 의외의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수비였다. 그것도 가장 신뢰하는 포수 강민호가 뷰캐넌을 곤경에 빠뜨렸다.

세번째 FA 계약으로 삼성에 잔류한 강민호는 시즌 초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 속에서 공-수에 걸친 안정된 활약으로 듬직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13일 현재 10경기에서 4번 타자로 출전하며 0.314의 타율과 1홈런 9타점. SSG 한유섬에 이어 타점 공동 2위. 스스로 "수비형 포수"라고 농담할 만큼 한층 더 노련해진 모습으로 투수들을 잘 이끌고 있었다.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1,3루 3루 주자 한화 노수광이 삼성 포수 강민호의 포구 실책을 틈타 득점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14/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평소 강민호 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초반부터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졌다.

1회부터 사달이 났다. 선발 뷰캐넌이 주심의 좌우 좁은 스트라이크 존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고전하던 상황.

뷰캐넌은 에이스답게 무사 1,3루에서 중심 타자 터크먼과 노시환을 잇달아 삼진 처리했다. 노시환이 삼진을 당하는 순간 스타트를 끊은 1루주자 김태연이 1,2루 간에서 협살에 걸렸다. 1루수 오재일이 공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3루주자 노수광이 홈으로 쇄도했다. 오재일의 송구가 정확히 배달됐지만 태그 과정에서 충격으로 미트에서 공이 튕겨 나갔다. 무사 1,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상황. 강민호의 포구 실책으로 내준 선제 실점이었다.

0-2로 뒤진 2회 2사 1루 노수광 타석 때는 2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터를 뒤로 흘려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냈다. 곧바로 노수광의 중전적시타가 터졌다. 3-0. 안줘도 될 2점이 포수 실수 속에 만들어졌다. 초반 힘겨운 상황에도 7이닝을 버틴 뷰캐넌의 자책점은 단 1점이었다.

강민호 답지 않은 플레이. 끝이 아니었다.

3회 2사 1루 이해창 타석 때 5구째 원바운드 된 공을 강민호가 한번에 잘 포구했다. 폭투를 틈타 2루를 노리려던 1루주자 이성곤이 1,2루 사이에 멈춰섰다. 하지만 강민호는 주자를 몰고 가는 대신 섣불리 2루로 공을 뿌렸다. 송구가 이뤄지는 사이 이성곤이 1루로 재빨리 돌아가 세이프. 주자가 런다운에 걸리면 오른손에 공을 쥐고 뛰어서 몰아 가는 것이 기본. 평소 강민호 답지 않은 플레이였다. 급기야 3루측 삼성 응원석에서 '포수 바꿔라'하는 질책 어린 함성까지 터져 나왔다.

타석에서 만회할 기회가 왔다.

1-3으로 추격한 3회 2사 2,3루 동점 찬스에 두번째 타석에 섰다. 좌익선상 2루타성 파울을 날리는 등 부쩍 집중하는 모습. 하지만 제대로 중심에 맞은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하필 좌익수 정면으로 갔다. 아쉬웠던 순간. 그 타석을 끝으로 강민호는 4회초 수비 부터 김태군으로 교체됐다.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1,3루 삼성 포수 강민호가 포구 실책으로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14/
주축 선수 대거 이탈 속에 개막 후 10경기 연속 1경기도 빠짐 없이 선발로 마스크를 썼던 베테랑 포수. 타선에서의 4번 역할까지 번아웃이 올 만도 했다. 집중력이 저하될 만한 체력적 고비 상황이었던 셈.

다만 하필 그 시점이 자신을 철썩 같이 믿는 뷰캐넌의 첫 승 도전 경기와 겹쳤다. 강민호만 찾는 뷰캐넌 선발 경기가 아니었다면 1위 SSG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주전 같은 백업 김태군에게 처음부터 경기를 맡기고 휴식을 취했을 만한 타이밍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삼성은 6회 피렐라 오재일의 2경기 연속 홈런포에 힘입어 대거 6득점하며 기어이 뷰캐넌에게 시즌 첫승을 안겼다. 7이닝 6안타 1볼넷 3실점(1자책)으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이자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뷰캐넌은 "첫승을 해서 좋았다. 하지만 원정을 떠나기 전 스윕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어서 더 좋았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이어 "오늘은 경기 전부터 볼넷을 안 주고 스트라이크 던지는 것에 중점을 두며 공격적으로 던지자고 임했는데 주요했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위기의 팀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10경기. 서른일곱 노장 포수도 사람이었다. 비록 자신이 직접 챙겨주지 못하고 오히려 위험에 빠뜨렸지만 '강민호 바라기' 뷰캐넌이 첫승을 거두면서 모두가 홀가분해질 수 있었던 날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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