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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타율 0.154→역전의 물꼬→동점타→결승타' 정수빈, 영웅 DNA란 이런 것 [부산핫피플]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4-11 08:37 | 최종수정 2022-04-11 08:51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두산 선수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10/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통산 27홈런 224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728. 하지만 '가을영웅'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임팩트가 강렬하다. 찬스가 되면 눈빛이 달라진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32)이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정수빈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시즌 3차전에 9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전, 3타수 2안타 2타점 1도루 1볼넷의 전방위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주중 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1승2패로 뒤졌던 두산은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리즈를 위닝으로 마치며 주간 성적 3승3패를 기록했다.

경기전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타선의 부진에 고민이 많았다. 맹활약하던 양석환마저 부상으로 빠지면서 무게감이 한층 가벼워진 두산 타선은 7회까지 롯데 마운드에 철저하게 눌렸다.

하지만 두산은 두산이었고, 그 중심에 정수빈이 있었다. 8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의 2루타가 반격의 시발점이었다. 정수빈은 롯데 유격수 박승욱이 중계 도중 공을 흘리는 실책을 범하자 재빠르게 3루까지 밟았다. 이어진 허경민의 안타 때 홈인. 두산은 김재환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따라붙은채 9회를 맞이했다.

9회초 1사 1,3루에서 상대는 KBO 최고의 직구를 지녔다는 롯데 마무리 최준용. 하지만 정수빈은 주눅들지 않았다. 매서운 스윙으로 동점을 만드는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다.

이어진 연장전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았다. 11회초 1사 2루에서 롯데 진명호를 상대로 역전 적시타. 4시간여의 긴 승부 끝에 기어코 팀에게 승리를 안겼다.

정수빈은 올해 시범경기만 해도 타율 1할5푼4리(26타수 4안타)의 부진을 보였다. 롯데 시리즈 전까지 정규시즌 기록도 8타수 무안타. 김 감독은 김인태를 중견수, 강진성을 우익수로 기용하는 변칙까지 활용해야했다. "정수빈이 살아나면 수비, 공격 짜임새가 달라진다. 지금은 타격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수빈이 살아나자 두산이 달라졌다. 정수빈은 롯데와의 1~2차전에서 안타 하나씩을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고, 3차전에서 사직구장을 뒤집어놓았다. 그는 "타격감이 안 좋다보니 경기도 많이 빠졌지만, 주말 3연전에서 조금 회복된 것 같다. 자신감이 붙었다"며 웃었다.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두산 선수들과 아쉬워하는 롯데 선수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10/
"찬스가 한명한테 몰리는 날이 있다. 오늘은 나였다. 그래서 내가 해결해야겠다, 오늘은 내가 영웅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중요할 때 3루타나 번트 안타를 만들어내면 분위기가 바뀐다. 도루도 좋고. 잘되서 기분좋다."

두산은 거물급 FA의 산실이다. 2018년 이후 민병헌 김현수 양의지 최주환 오재일 박건우가 줄줄이 팀을 옮겼다. 이제 두산을 5강 외로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매년 그 예상을 깨는 팀이 두산이다. 정수빈은 "두산은 클러치 때 더 강해지는 팀이다. 오늘처럼 한발 더 뛰고, 한베이스 더 가고, 그런게 하나하나 모여서 흐름을 바꾼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느덧 데뷔 13년차 베테랑 타자가 됐다. 거액의 FA로 잔류한 이상, 허경민-김재환과 함께 함께 두산을 이끄는 축이다.

"나도, (허)경민이도 우리가 잘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요즘 나도 신인 때처럼 절실하게 야구하고 있다. 더 잘하고 싶다. 한타석 한타석, 신인 때보다 더 소중하게 뛰고 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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