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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후 첫 선발→온몸 던진 간절함, 방출 이적생이 던진 메기효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4-07 02:20 | 최종수정 2022-04-07 05:22


6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3회 기습번트 타구를 날리고 1루에 슬라이딩하고 있는 이학주.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6/

[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6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롯데 측에 전날 콜업된 이학주(32)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1번 유격수로 이적 후 첫 선발 출전을 앞두고 있던 상황.

하지만 이학주는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첫 선발을 앞두고 경기에 집중을 하고 싶다"는 뜻이 전달됐다.

베테랑 선수 조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이적 후 첫 선발 데뷔전.

이학주를 긴장하게 한 요소는 또 있었다. 방출 이적생 유격수 박승욱(30)이다.

지난 1월24일 최하늘과 2차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맞교환 돼 입은 롯데 유니폼. 누구나 마차도를 대체할 롯데의 주전 유격수는 이학주라고 예상했다. 삼성 시절 워크에식 문제가 있었지만 재능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던 터.


6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3회 기습번트 타구를 날리고 1루에 슬라이딩하고 있는 이학주.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6/
트레이드로 인한 환경 변화가 새로운 의욕을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박승욱이었다.


캠프 막판 손가락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는 새 강력한 존재감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시범경기에서 0.303의 타율과 8타점, 2도루에 안정된 수비까지 공수주 맹활약을 펼치며 개막 유격수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 후 3경기까지 주전 유격수는 박승욱이었다.

바로 전날인 5일 NC전까지 박승욱은 1회 선제 득점과 7회 환상적인 캐치와 점프 스로잉을 선보이며 강렬한 활약을 펼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성사된 첫 선발 출전. 천하의 이학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첫 타자 첫 타구가 이학주를 향했다. 1회 선두타자 손아섭의 짧은 땅볼. 빠르게 대시한 이학주는 전광석화 같은 러닝스로우로 발 빠른 손아섭을 여유있게 잡아냈다.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0-1로 뒤진 3회초 1사 후 두번째 타석에서 기습번트 안타를 성공시켰다. 투수의 송구 실책을 유발하며 헤드퍼스트로 1루 베이스를 쓸고 베이스를 쓸고 지나가는 모습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튄 흙이 눈에 들어갔지만 2루까지 전력질주 한뒤 안약으로 씻어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학주는 5회 1사 1루에서는 차분하게 볼 4개를 골라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3타수1안타 1볼넷.


6일 창원NC파크에서 KBO리그 NC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3회 기습번트 후 1루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는 이학주. 창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6/
이학주의 공수 활약에도 롯데는 중요한 찬스를 번번이 살리지 못하며 0대5로 올시즌 첫 영봉패 수모를 당했다.

팀은 아쉽게 패했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 출전한 이학주의 공-수 활약은 환한 봄 햇살 처럼 빛났다.

유격수 자리를 놓고 일찌감치 뜨거워진 경쟁구도.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팽팽한 균형추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5일 "건강한 경쟁은 모든 선수의 최고점을 이끌어낸다"며 "당장이 선발이나 주전이 아닌 향후 6개월을 봐야한다. 두명의 수비 잘하는 유격수가 번갈아 나갈 수 있다는 건 길게 봤을 때 다양한 기용이 가능하다는 옵션을 준다. 팀이 강해질 수 있다"고 반가워 했다. 그 말 그대로다.

수비 잘하는 두 유격수 카드를 손에 쥔 서튼 감독의 행복한 고민.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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