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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메이저리그 16시즌, 올스타까지 뽑혔던 전설도 천적이 있구나.
SSG 랜더스 추신수가 시즌 첫 만남에서 '천적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제 아무리 미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리빙 레전드'라도, 풀기 힘든 숙제가 있는 듯 하다.
이날 추신수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 이유가 있다. KT 선발이 고영표였기 때문.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친 후,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전격 KBO리그행을 선언했다. SSG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지난 시즌 고영표만 만나면 작아졌다. 7번을 상대해 무안타에 삼진만 5개였다. 고영표의 주무기인 체인지업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선수를 또 만나니 추신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이날 경기 전 SSG 김원형 감독은 "추신수가 고영표와 한 번 붙어보겠다고 얘기했다. 아무리 일방적 매치업도, 시간이 지나면 타자가 이겨내더라. 추신수가 작년 첫 경험이었고, 미국에서는 고영표와 같은 유형의 투수가 거의 없으니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추신수의 능력을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바람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국가대표 투수로 성장한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더욱 살아 춤을 췄다. 1회 SSG 한유섬에게 통한의 스리런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 순간을 제외하면 리그 최고의 투수라 해도 무방할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추신수를 상대로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추신수는 고영표의 투구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또 다시 삼진 2개를 더하고 말았다. 부진한 타격에 8회 교체까지 되고 말았다.
추신수는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을 뛰며 올스타에도 뽑히고,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20홈런-20도루도 3차례나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타자로 통했다. 그런데 그 추신수도 고영표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이 천적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추신수에게는 악몽이겠지만 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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