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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통역은 홍 포수가 있는데?" (박철순), "아휴, 많이 부족합니다." (홍성흔)
프로야구 원년 우승팀 두산(당시 OB 베어스)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를 한 명씩 선정, 이날 시구 행사를 진행했다.
1980년대 스타는 1982년 24승에 빛나는 박철순, 1990년대는 '미스터 OB' 김형석, 2000년대는 '홍포' 홍성흔, 2010년대는 역대 최고 외인으로 꼽히는 더스틴 니퍼트가 참석했다.
'최고참' 박철순은 니퍼트가 통역과 함께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고 "통역은 우리 홍 포수가 있는데"라며 웃었다. 홍성흔은 은퇴 후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마이너리그 코치로 활동했다.
박철순의 농담에 홍성흔은 "아휴, 많이 부족하다"라며 손을 내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8년 동안 KBO리그에서 뛴 뒤 올해 경기도 용인에서 아카데미를 하고 있는 니퍼트는 영어로 "용인에서 야구아카데미를 하며 평화롭고 즐겁게 인생을 살려고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한국어가 가능하지 않냐'는 레전드의 주문이 이어졌고, 니퍼트는 웃으며 "조금할 줄 안다"라며 다시 한국어로 자신의 근황을 말하기도 했다. 또한 '홍성흔과 누가 선배냐'는 니퍼트는 유창한 한국어로 "홍 형"이라고 답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모처럼 돌아온 잠실구장. 박철순은 "며칠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선발 등판 통보를 받은 것처럼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설렌 마음을 이야기했다. 김형석은 "잠실구장은 몇 십년만에 온 거 같다. 구단에서 유니폼을 준비해줘서 입었는데, 경기하러 온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홍성흔은 "이 자리에서 은퇴를 했던 거 같은데, 레전드들과 시구한다는 이야기에 꿈만 같았다"라며 "잠도 못자고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니퍼트 역시 "이렇게 레전드 세 분과 함께 해서 너무 영광이고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쾌한 '폭로전'도 이어졌다. 이들은 김태형 감독과 선수, 지도자로 연결고리가 있다.
박철순은 "투수 나이로 41이면 정말 힘들 때인데, 볼넷이 나오고 이러면 포수였던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던지기 싫어요?'라고 하더라"라며 "선배인데 욕도 하곤 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철순은 이어 "김형석과 예전에 소주 한 잔을 하면서 '김태형은 은퇴하면 지도자를 할 거 같다'라는 말을 했다. 리드도 잘했고 포용력도 있었다"라며 김 감독의 남달랐던 카리스마를 떠올리기도 했다. 김형석 역시 "포수로서 센스가 남달랐다. 머리가 좋았다"라며 선수 김태형을 떠올렸다.
홍성흔은 "공과 사과 분명하다. 엄격할 때는 엄격하고, 선수들을 잘 아우르기도 한다. '곰탈 여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게 정답인 거 같다. 머리 좋다. 가장 큰 장점은 심리를 잘 이용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보다 춤을 잘 춘다. 리듬감이 좋더라"라고 깜짝 폭로를 하기도 했다.
'에이스'로서 김 감독에게 사령탑 첫 우승을 안겼던 니퍼트도 "감독으로서 기록이 말해준다"라며 존경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과 니퍼트는 최근까지 봤지만, 박철순 김형석 선배는 오랜 만에 만나서 감회가 새롭다"라며 레전드 시구 행사에 미소를 지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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