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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낙하산 총재?' KBO 새 수장 선출의 두가지 고민[SC시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2-16 11:50 | 최종수정 2022-02-17 05:45


KBO사무실에 걸린 10개 구단 소개 현판.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공석이 된 KBO 총재직.

오래 비워둘 수 없다. '총재가 사임, 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되거나 질병, 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사유 발생일부터 1개월 이내에 보궐선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KBO 규약 14조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시기, 중요한 자리다.

희생하고 헌신할 적임자에게 신속하게 중책을 맡겨야 한다.

KBO는 이번 주 내로 이사회를 열어 차기 총재 선출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임 총재는 안갯속이다. 하마평도 없다. 전임 총재의 사임이 갑작스레 이뤄진 탓이다.

당장 중책을 맡길 만한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전임자에게 쏟아진 비난 속에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다. 공석이 길어지면 정치권 등 외부 입김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야구계가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혼돈의 시기에는 대의와 원칙이 중요하다.

위기의 한국야구를 바로 세울 인사가 필요하다. 한국야구 위기 징조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포스트 코로나의 새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 리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치색이 없는 인사가 맡아야 한다.

신임 총재 선출에 정치가 개입할 경우 분열을 피할 수가 없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할 때다. 정치권 보은 인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야구계는 지난 2009년 유영구 총재 이후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정치권 낙하산을 막기 위해 각 구단이 돌아가며 총재를 추천하고 있다.

문화와 스포츠계는 대립의 정치에 휘말리는 순간 분열이 불가피하다. 어느 쪽이든 50%의 찬반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화합이 될 수 없다.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첨예한 대선 정국과 맞물려 극단적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업무추진도 원활할 수 없다.

능률도 문제다.

보은을 위해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인사는 장기적 야구발전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임기 내 시간만 때우다 더 좋은 자리로의 이동을 꿈꿀 뿐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둘째,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중요한 시기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실질적인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KBO 총재는 빛 좋은 개살구다. 소신껏 밀어붙일 수 있는 권한이 제한 돼 있다.

이사회 정관에 명기된 3분의 2 찬성 의결 규정 때문이다. 그 어떤 개혁 안건도 단 3개 구단만 반대하면 통과가 불가능하다. 10개 구단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 의장이지만 이끌어나가기 보다는 조율에 그치는 사실상 사회자에 불과하다.

이사회에서 번번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나오는 건 바로 '구단 이기주의' 탓이다. 대승적 차원이란 없다. 우리 팀, 우리 기업에 조금만 불리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본다. 절대다수 대기업 구단인 상황. 고용 사장 입장에서는 모 기업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장기적 관점보다 짧은 임기에 맞춘 근시안적 판단을 하기 일쑤다. 야구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상식 이하인 인물도 있다.

구단 제 각각 자기 유리한 것만 주장하니 리그 발전을 위한 혁신안은 이사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개혁적 성향의 총재가 부임한다 해도 이내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채 허송세월로 임기를 흘려보내기 일쑤다.

이래서는 절대 미국식 커미셔너가 될 수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커미셔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리그와 구단 간 분쟁을 조정하고 부정 등의 판정을 하며, 야구계 사건 조사와 해결을 맡는다. 재량권도 상당하다.

지금 같은 이사회 구조 하에서는 구단 이기주의 막혀 대승적 결정이 보류될 수 밖에 없다.

권한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야구를 깊이 사랑하고, 개혁에 의지가 있고, 능력도 있는 인사가 비로소 총재직에 의욕을 갖게 된다.

일이 아닌 자리만 탐하는 자의 몫으로 KBO 총재직을 열어줄 여유는 없다.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오거나, 구단간 의미 없이 떠맡는 듯한 돌려막기는 막아야 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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