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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부족해 실패한 '1차지명 깐부' 100만원 내기…"올해도 한 번 더" [SC 인터뷰]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2-03 00:35 | 최종수정 2022-02-03 09:36


곽 빈.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올해도 한 번 더 해야겠는데요."

지난해 추석 최원준(28)과 곽 빈(23·이상 두산 베어스)은 내기 하나를 했다.

곽 빈이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최원준에게 용돈을 받고 싶다고 하자 최원준은 당시 2승을 거두고 있던 곽 빈에게 3승을 더하면 용돈 1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곽 빈은 이후 9월을 마칠 때까지 2승을 추가로 수확했다. 9월 등판했던 5경기에서 27⅔이닝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에이스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10월 나선 5경기에서 승리를 올리지 못했고, 결국 내기는 최원준의 승리로 끝났다.

곽 빈은 "아쉽다"라며 "올해도 내기를 할 거 같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는데 평균자책점과 승리에 형이 용돈을 걸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원준과 곽 빈은 닮은꼴 프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대졸 투수인 최원준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곽 빈은 배명고를 졸업하고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입단 후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재활의 시간을 거치기도 했다.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원정 룸메이트이기도 한 이들은 SNS에 서로의 익살맞은 사진을 올리는 등 남다른 우정을 보이곤 했다.

최원준 역시 1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용돈으로 건 것 역시 후배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한껏 담았다.


곽 빈도 이런 최원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곽 빈은 "(최)원준이 형은 룸메이트이고 가장 많이 알려준다. 2군에서 함께 힘들었던 시기를 보내서 좀 더 잘 맞고 잘 챙겨준다"고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최원준의 내기에는 비록 웃지 못했지만, 곽 빈에게 2021년은 깨달음의 1년이었다.

2018년 입단 당시 32경기에 나왔던 그는 이후 2년 간 팔꿈치 부상 등으로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해 전반기에도 7경기 출장에 그쳤던 그는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21경기 98⅔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시즌을 마쳤다.

곽 빈은 "너무 오랜만에 느꼈던 감정이었다. 너무 고마웠고, 잘 버텨줘서 좋았다. 부상없이 안 아픈 게 가장 고마웠고, 오랜만에 나와서 1군에서 계속 선발 투수로 있어서 좋았다"라며 "처음에는 많이 급했다. 적응도 필요했고, 오랜만에 던져서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 계속 안 되다가 후반기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돌아봤다.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치르게 됐다. 그러나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원준-곽 빈-김민규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곽 빈은 4경기에 나와 14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4.40을 기록하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의 발판을 놓았다.

곽 빈에게는 또 하나 배움의 장이 됐다. "그렇게 선발투수로 많이 나갈 줄 예상 못했다. 아마 우리 팀 선발이 다 안 다쳤으면 경기에 못 나갔을 것이다. 운이 너무 좋았다. 나를 믿고 감독님이 써주신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그런 자리가 있으면 절대 망설이지 않고 나가고 싶었고, 또 그렇게 했다. 관중들도 많고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던졌다. 던지고 나서 느낀 게 시즌 때 이렇게 던질 걸이라는 아쉬움은 남았다"고 했다.

곽 빈은 3일부터 이천 진행하는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를 한다. 그는 "제구를 먼저 잡는 게 맞다"고 짚으며 "내 구위를 믿고 도망가는 투구보다 과감한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 제구가 해결되면 이닝은 당연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래야 야수 형들이 편하다. 그동안 항상 나갈 때마다 형들에게 미안했다"고 강조했다.

곽 빈은 "올해는 120이닝을 넘기고 싶다. 선발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안 다쳐서 작년보다 더 많은 승리를 따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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