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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첫날 지켜본 방역당국 "경고", 하지만 현실은…[SC시선]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1-11-02 12:48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1.01/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가을야구 첫날 풍경을 지켜본 방역당국이 같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경기장 내 함성-구호-응원 대책을 묻는 질문에 "야구장에서는 함성, 구호가 금지돼 있다"고 답했다.

1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키움-두산 간의 와일드카드결정 1차전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 100% 입장이 가능한 경기였다. 2차 접종 후 2주 경과 완료 및 48시간 내 PCR 검사 음성 확인자, 18세 이하 관중에 한해 직관이 허용됐고, 좌석 내 취식도 허용됐다. 다만 비말 전파 감염 우려를 이유로 함성-구호는 금지됐다. 관중들은 방역 수칙 준수에 대부분 신경을 썼으나, 경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함성-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에 대해 손 반장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면 침방울 배출이 많아지고 강해지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며 "취식하는 분들은 마스크를 벗게 돼 있고, 이때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는 경우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구단, 협회 등과 이런 부분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조치하도록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O나 구단 관계자들은 방역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 1만2422명이 찾은 1일 경기에선 백신 접종 완료가 확인되지 않아 표를 예매해놓고도 야구장에 들어오지 못한 팬들도 상당수 있었다. 경기장 내에서도 안전 요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수시로 안내방송과 전광판 메시지를 통해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열기가 고조되며 양팀 응원석에서 육성 응원이 나올 때는 주심이 잠시 경기를 중단시키고 관계자 측을 향해 진정을 의미하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키움을 응원하는 야구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1.11.01/
그러나 과연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육성 응원을 막는 게 현실적인 조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고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을 준수하는 가운데 '취식 가능-육성 응원 불가'라는 등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찰나의 순간 벌어지는 환희가 직관의 핵심인데 이를 강제로 막을 순 없다는 시선도 있다. 비슷한 조치 속에 응원 제한을 두지 않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방역당국의 조치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손 반장은 "동서양의 차이 같다"며 "아시아권에서는 마스크 감염 방지 효과에 가치를 두고 있고, 서구권은 계속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백신접종은 1차 방어막이지만 델타변이 양상을 보면 감염 예방 효과가 6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후 방어막으로서 마스크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2년 만에 돌아온 육성응원의 그라운드는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눈빛부터 달라진 선수들의 플레이, 제스쳐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1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팬들의 육성 응원 속에 결승타를 만들어냈던 이정후는 "(육성 응원을) 하면 안된다고 알고 있는데 분위기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웃은 뒤 "개인적으론 응원을 해주셔서 더 힘이 났다. 2년 만에 육성 구호, 응원가가 나왔다. 내 이름을 불러주시니 어떤 플레이를 할 때마다 좋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팀에 '끝까지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코로나 시대다. 지난 2년 간 가치와 우선순위의 혼란, 원칙과 현실의 괴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선 단순한 규제보다는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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